[논문 리뷰] 러시아어에도 관사가 생길 수 있을까? этот에서 тот으로? (R. F. 카사트키나(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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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영어

[논문 리뷰] 러시아어에도 관사가 생길 수 있을까? этот에서 тот으로? (R. F. 카사트키나(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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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ja.ruslang.ru/ru/archive/2012-2/3-9

 

1. 서론

러시아어와 그 방언에서는 확정성/비확정성(определенность / неопределенность)을 나타내기 위해 어휘적·운율적(просодическoe) 수단들이 활용되며, 정관사(определенный артикль) 역할로 러시아 문학어(русский литературный язык)와 대다수 러시아어 방언 사용 지역에서는 지시 대명사 этот이 쓰이나 남서부 러시아 방언(юго-западные русский говор)이나 우크라이나어(украинский язык) 등에서는 тот이 사용됩니다. 다만, 최근 러시아 문학어 담화(русский литературный дискурс)에서는 정관사 역할을 하던 этот이 тот으로 대체(вытеснение)하는 경향이 일부 관찰되기도 한다네요.

 

러시아 문학어는 확정성/비확정성을 표현할 때 관사 대신 몇몇 형용사나 대명사, 소사 그리고 수사 등의 비관사적(неартиклевoe) 어휘적 수단을 주로 쓰며, 구어(устная речь)에서는 강세운율적(акцентно-просодическoe) 수단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어 구어에서는 강세적 할당(акцентное выделение)과 레마의 초점화(фокусирование ремы)를 통해 확정성과 비확정성을 표현하는데, 레마(rheme, 신정보)가 강세를 받으면 비확정성을, 테마(주제, theme, 구정보)는 무강세가 되면서 확정성을 띕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어 구어에서는 비확정적인 요소가 성조 강세로 표시되고 확정적인 요소는 무강세로 남는다는 언어학적 역설이 나타납니다.

 

2. 본론

러시아어에서는 пресловутый, нашумевший, небезызвестный, хваленый, знаменитый, известный처럼 '바로 그(тот самый)'의 의미를 지닌 형용사가 종종 경멸적 뉘앙스를 띠며 확정적 준관사(предопределённый квазиартикль)로 기능합니다.

 

또, 직시 관계(отношение дейксис)를 가지는 1인칭 소유대명사(мой, наш) 역시 소유성(посессивность)을 탈피하고 정관사처럼 명사의 확정성(определённость)을 표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때, 소유대명사는 무강세일 때 관사 역할을 하지만, 강세를 받으면 본래의 소유성 의미를 회복한다는 특징을 가지죠.

 

V. A. 빈노그라도프(В. А. Виноградов)의 <언어학적 백과사전(Лингвистический энциклопедический словарь, 1990)>의 관사( Артикль) 부분에 따르면, 잠재적으로 정관사의 기능에는 역시 원근칭 직시(дальний дейксис/ближний дейксис)의 이항 대립 관계에 있는 지시대명사(указательное местоимение) тот - этот가 기능할 수 있었으나, 관사 문법 범주가 존재하는 언어들에서 정관사는 바로 이 직시대명사로부터 유전적으로 기원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무관사 슬라브어(безартиклевый славянский язык)의 담화 수준에서 어휘적 관사 역할을 하는 지시대명사들을 전관사(предартикль)라는 용어로 정의했습니다.  이처럼 러시아어는 문법적 관사가 없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준관사 성격을 띤 형용사나 대명사 등을 어휘적·담화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슬라브어들에서는 관사 상태에 접근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렇게 우크라이나어, 폴란드어, 체코어, 슬로바키아어 및 그 방언들에서는 텍스트 수준에서의 전관사(предартикль) 사용이 고도로 발달해 있죠. 우크라이나어와 남서부 러시아 방언에서 이 역할은 대명사 той, тое, тая, тыя), отой(оте, ота, ото, оті́) 등이 수행하며, 폴란드어와 슬로바키아어에서는 ten, ta, to, 체코어에서는 ten(ta, to), tento(tato, toto), tenhle(tahle, tohle) 등이 그 역할을 합니다.

 

한편, 서문에서 언급했듯, 러시아 문학어 및 대다수 방언에서는 근칭 직시 대명사 этот이 정관사 역할을 하는 반면, 남서부 방언과 우크라이나어 등에서는 원칭 직시 대명사 тот이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근 러시아어 구어와 담화에서는 этот이 тот으로 대체되거나 관계대명사절이 생략되는 등 새로운 규범 변화의 징후가 관찰되고 있으며, 부정관사의 역할로는 주로 수사 один 등이 기능하면서 관사 언어와의 장기적 접촉에 따라 일부 방언에서는 문법화되기도 합니다.

 

추가로, 논문은 확정성/비확정성 표현을 문장 수준이 아니라 담화(text) 수준의 정보 구조와 관련된 현상으로 이해하며, 전관사(предартикль) 역시 개별 문장에서 의미를 결정하는 요소라기보다, 이러한 담화 조직 기능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봅니다.

 

3. 결론

따라서, 논문은 러시아어는 관사를 향해 발전하는(찾아가는) 상태에 있다고 여깁니다. 이는 현대 러시아어의 용법(узус)에서 공존하는 확정성/비확정성 범주를 표현하는 아래에 다시 정리한 다양한 방식들에 의해 증명되죠.

 

정관사 역할의 '대명사-관사'로서의 직시 대명사 этот은 슬라브 세계의 동부 지역(러시아 문학어 및 유럽 러시아 동부 지역의 방언)에서 사용됩니다.  정관사 역할의 '대명사-관사'로서의 직시 대명사 тот은 슬라브 세계의 밀집된 지역(남서부 러시아 방언 및 우크라이나어)에서 관찰됩니다. 러시아어 담화 수준에서는 해당 기능에서 대명사 этот을 대명사 тот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하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그리고 확정성/비확정성 범주를 표현하기 위해 운율적 수단들도 사용됩니다. 관사 언어들과 장기간 절대적 접촉 상태에 있는 일부 러시아어 방언들에서는 부정관사 기능으로서의 수사 один의 가치부여(валоризация) 혹은 문법화(грамматикализация)가 주목된다고 결론짓습니다.

 

4. 제언

<러시아어가 관사를 찾고 있다>라는 파격적인 제목은 지금까지 '러시아어에는 관사가 없다'고 인식해 온 기존의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아직 현대 러시아어에서 문법적으로 관사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관사 언어와의 장기적인 접촉 속에서 관사화(артиклизация)의 가능성이 나타난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언어는 계속 발전하지만, '관사'라는 새로운 개념의 등장은 또 다른 관점에서 언어의 진화를 잘 보여주는 요소라고 합니다.

 

이게 발달이 된다고 하여 하나의 관사가 등장하여 실제 문법 체계로 정착한다면, 러시아어 학습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문법 범주를 익혀야 한다는 점에서 학습 부담이 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언어적 관점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주장과 현상이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현대 러시아어에서 этот을 тот으로 대체하려는 맥락은 마치 한국어에서 '그'를 '이, 저' 말고 3인칭 대명사로 선택하게 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의 한국어 화자의 인식을 논하던 박재희의 <3인칭대명사 '그'에 관한 소고(2015)>를 떠오르게 합니다. 실제로 тот이 한국어에서 흔히 '그'로 번역된다는 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3인칭대명사 "그"에 관한 소고 - 한민족어문학 - 한민족어문학회 - KISS

본고에서는 현대 국어에서 3인칭대명사로 쓰이는 ‘그’의 기원에 대해 논의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20세기 초에 김동인을 비롯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그’를 3인칭대명사로 쓰게 되면서

kiss.kstudy.com

이처럼 원칭 직시 표현이 담화 속에서 새로운 문법적 기능을 획득한다는 점은, 한국어의 3인칭 대명사 '그'의 형성과도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언어에서 모두 원래의 직시 기능을 넘어 새로운 담화 기능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탐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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