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일본어

장어가 출세어가 아니라구요? 출세어는 또 뭔데요?

호기심꾸러기 2022. 10. 4.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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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질문 쪽지를 받았다. '장어가 출세어라고 하던데, 출세어가 뭔가요?' 그래서 조사해봤다.

1. 출세어? 出世魚?

사실 이 출세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며, 일본에서 쓰이는 한자어를 그대로 가져온 말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좌측)과 우리말샘(우측)에서 모두 '출세어'라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럼 일본어 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出世魚 [しゅっせうお/슛세우오 : 출세물고기]

성장함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물고기.
ボラ(숭어)
는 (년수와 길이에 따라) ハク[하쿠], スバシリ[스바시리], オボコ[오보코], イナ[이나], ボラ[보라], トド[토도]로 호칭이 바뀐다.
スズキ(농어)는 (년수와 길이에 따라) セイゴ[세이고], フッコ[훅코], スズキ[스즈키].
ブリ(방어)의 경우 (년수와 길이에 따라), 간토지방에서는 ワカシ(와카시), イナダ(이나다), ワラサ(와라사), ブリ(부리)로, 간사이 지방에서는 ツバス(츠바스), ハマチ(하마치), メジロ(메지로), ブリ(부리)로 부른다.

- goo.dic

즉, 출세어(出世魚)치어(稚魚)부터 성어(成魚)까지의 성장단계에서 각기 다른 명칭을 가지게 된 물고기를 말한다. 이 출세어는 운수가 길한 물고기라고 여겨져 새출발을 하는 여러 자리에서 잔치음식의 재료로 쓰인다.

2. 출세어(出世魚)의 유래

다른 아시아 국가도 마찬가지였지만, 일본에서는 에도 시대까지 무사나 학자를 포함한 사람들이 원복(元服, 일본식 성인식)이나 출세(出世)를 할 즈음 그 직위와 명예에 맞지 않는 이름을 새롭게 개명하는 관습이 있었다. 그 관습에 빗대어 몇몇 물고기에게 성장함에 따라 출세하도록 명칭을 새롭게 붙였는데, 이를 출세어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했다.

이 내용은 개념 자체에 대한 이야기고, 사실 실용적이고 생활적인 면에서 이런 출세어를 만든 이유는 또 있었다.
세상엔 물고기가 많고, 나이가 들수록 모습이 바뀌는 물고기도 많다. 그런데 왜 굳이 특정 물고기에 출세어라는 개념을 도입해 같은 물고기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걸까?

어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물고기의 외모, 크기, 생활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성장이 빠른 물고기는 태어난 그 해부터 2년째, 3년째 이렇게 매년 지날 때 마다 한 아름씩 커지는데, 자신이 잡으려는 물고기가 어느 정도 크기를 가졌는지, 그 물고기는 언제 오는지 예측하기 위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 같은 물고기인데 일찍 잡아버리면 크기가 작아서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원래 크기보다 더 크지만 쭈글쭈글 늙어버린 물고기를 잡으면 늙어서 더 상품가치가 떨어지니, 매 해 부르는 이름을 정해 제 때 어업을 한 것이다.

이렇게 모양말고 크기만 변하는 물고기면 다행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모습이 조금씩 바뀌는 물고기도 있다. 그런 경우, 원래 잡으려는 고기와 같은 종인지, 다른 종인지 구분하기 위해 어업과 유통업계에서는 해당 물고기가 어떤 물고기인지 식별하기 위해 편의상 다른 이름들로 부르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그럼 그 물고기의 정식 명칭은 무엇으로 정할까?
이 출세어의 경우, 학술적인 용도에서 주로 통용되는 표준 화명(和名, 일본식 이름)은 그 물고기가 성어(成魚)가 되었을 때의 명칭을 주로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3. 출세어(出世魚)의 종류와 이름들

3-1. 방어(ブリ)

방어 (출처 : 국립수산과학원)

방어는 조기어강 전갱이과 방어속에 속하는 바다물고기로, 일본에서 출세어의 원조라고도 불리는 물고기다.

출세어 방어의 성장 (출처 : syoku-life-labo.com/)

출세어의 원조라는 타이틀답게 방어(ブリ)는 크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부른다. 아래 표는 정확하게 일대일대응이 되는 것은 아니며, 단순히 '대략 이 정도 되는 크기의 물고기는 각 지역별로 이렇게 부르는구나'정도로 보면 된다.

크기 6~7cm ~15cm ~40cm ~60cm ~90cm
통칭 モジャコ[모쟈코] ワカシ[와카시] イナダ[이나다] ワラサ[와라사] ブリ[부리]
간토 지방   ワカシ[와카시] イナダ[이나다] ワラサ[와라사] ブリ[부리]
간사이 지방   ツバス[츠바스] ハマチ[하마치] メジロ[메지로] ブリ[부리]
도호쿠 지방   ツベ[시베] イナダ[이나다] アオ[아오] ブリ[부리]
시모키타 지방
(下北地方)
  フクラギ[후쿠라기] イナダ[이나다] ワラサ[와라사] ブリ[부리]
호쿠리쿠 지방 ツバエリ[츠바에리] コズクラ[코즈쿠라]
フクラギ[후쿠라기]
アオブリ[아오부리]
ハナジロ[하나지로] ブリ[부리]
도야마현 ツバイソ[츠바이소] コズクラ[코즈쿠라] フクラギ[후쿠라기] ガンド[간도] ブリ[부리]
나가노현     イナダ[이나다] ハマチ[하마치] ブリ[부리]
산인 지방       ハマチ[하마치]
ヤズ[야즈]
ブリ[부리]
시코쿠, 야마구치현, 히로시마현     ヤズ[야즈] ハマチ[하마치] ブリ[부리]
규슈   ワカナゴ[와카나고] ヤズ[야즈] ハマチ[하마치]
メジロ[메지로]
ブリ[부리]

3-2. 농어(スズキ)

농어 (출처 : 국립수산과학원)

농어는 조기어강 농어과 농어속에 속하는 바다물고기다. 1년에 약 10cm씩 자란다고 한다.

농어의 성장 (출처 : somanoonchama-mag.com)
크기 ~20cm 20~30cm 30~40cm 40~50cm 50~60cm 60cm~
간토 지방   セイゴ[세이고] フッコ[훅코] スズキ[스즈키]
간사이 지방   フッコ[훅코] ハネ[하네] スズキ[스즈키]
도카이 지방 フッコ[훅코] スズキ[스즈키]
사가현 아리아케해 ハクラコ[하쿠라코] ハクラ[하쿠라] ハネ[하네] スズキ[스즈키]

3-2. 숭어(スズキ)

숭어 (출처 : 국립수산과학원)

숭어는 조기어강 숭어과 숭어속의 기수어(담수와 해수 모두 살 수 있는 물고기)다.

숭어의 성장 (출처 : gourmet-note.jp)
크기 유어 ~10cm ~15cm ~30cm ~50cm 50cm~
통칭   オボコ[오보코] スバシリ[스바시리] イナ[이나] ボラ[보라] トド[토도]
간사이 지방 ハク[하쿠] オボコ[오보코] スバシリ[스바시리] イナ[이나] ボラ[보라] トド[토도]
고치현   イキナゴ[이키나고] コボラ[코보라] イナ[이나] ボラ[보라] オオボラ[오오보라]
도호쿠 지방 コツブラ[코츠부라] ツボ[츠보] ミョウゲチ[묘게치] ボラ[보라]

3-3. 정어리(マイワシ/イワシ)

정어리 (출처 : 국립수산과학원)

정어리는 조기어강 청어과 청어속의 바다물고기다.

크기 ~1cm(유어) ~10cm 10cm 전후 ~15cm ~20cm
통칭 シラス[시라스]
マシラス[마시라스]
カエリ[카에리]
アオコ[아오코]
ヒラゴ[히라고]
コバ[코바] チュウバ[츄-바] オオバ[오오바]

4. 장어류(ウナギ, 뱀장어 혹은 장어류)는 출세어인가?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 뱀장어(우나기)의 차이와 유래는 이 글(https://mspproject2023.tistory.com/542)을 참고바란다.

강하성 어류인 장어의 명칭 변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뱀장어(우나기)는 출세어가 아니다.

장어는 알에서 부화하면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 혹은 댓잎장어로 불리는 성체와 달리 투명한 유생에서 시작된다. 그 다음 투명하지만 뱀같이 긴 몸을 가진 실장어(glass eel)가 되며, 노란장어(yellow eel)가 되었다가, 성체인 은장어(silver eel) 형태가 된다. 이렇게 모양이 바뀌고 이름도 계속 바뀌지만, 이 명칭은 서양에서 부르기 시작한 이름이고, 어떤 어업적 의미가 있다기보단 단순히 모습의 차이에 따라 부르는 이름에 가깝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출세어라고 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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