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카와이모시에서 1등했어! - 카와이쥬쿠에 대해
"나 카와이모시(河合模試)에서 1지망 1등했어!" 일본인 친구가 내게 라인으로 문자를 보냈다. 그 문자를 보고 '모시(模試)는 모의고사같은 걸거고, 카와이(河合)는 어떤 고유명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카와이(河合)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봤다. |
1. 3대 예비교 - SKY의 등장과 폐막
SKY라고 알아?
- 일본인 친구가 내게 해준 말
난 당연히 안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서울대(S), 고려대(K), 연세대(Y) 이 3대 명문대의 약칭이라고 알려줬다. 그러자 그 친구는 너무 신기해하며, 일본에서 SKY는 슨다이 예비학교(駿台予備学校, S), 카와이쥬쿠(河合塾, K), 요요기 제미날(代々木ゼミナール, Y) 이 3대 예비교(三大予備校, 3대 입시학원)의 약칭이라고 답했다.
먼저, 예비교(予備校)는 일본에서 대학입시, 사법시험, 국가시험(의사면허, 간호사 등), 공무원시험, 고졸인정시험 등 '자격'을 얻는 시험을 목표로하는 입시학원을 말한다. 이 예비교 중 특히 대학 입시를 위한 예비교가 많기 때문에 흔히 예비교(予備校)라고 하면 '입시학원'을 말한다. 우리도 흔히 '학원가?'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국영수나 그 외의 수능 과목을 준비하는 과정을 밟는 교육장에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지금껏 SKY와 3대예비교는 같은 위치에 있었지만, 동진 하이스쿨(東進ハイスクール)이 요요기 제미날(代々木ゼミナール)의 학생수를 뛰어 넘으면서 SKY는 실질적으로 옛말이 되었다. 대신 아직까지 큰 변동이 없는 슨다이 예비학교와 카와이쥬쿠를 '2대 예비교(二大予備校)'라고 부르며 그들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있다.
일본 3대 예비교 | |
SKY(1980'~2015') | -(2015'~) |
슨다이 예비학교(駿台予備学校) 카와이쥬쿠(河合塾) 요요기 제미날(代々木ゼミナール) |
슨다이 예비학교(駿台予備学校) 카와이쥬쿠(河合塾) 동진 하이스쿨(東進ハイスクール) |
2. 카와이쥬쿠(河合塾)
1933년, 교육자이자 영어학자였던 카와이 이츠지(河合逸治, 1886~1964)는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성씨를 딴 카와이에이가쿠쥬쿠(河合英学塾, 카와이 영국학학원)를 차렸고, 이후 1937년에 카와이쥬쿠(河合塾, 카와이 학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칭한다. 이후 1955년, 학교법인으로 정식 인정 받으면서 학교법인 카와이쥬쿠(学校法人河合塾)로 개칭하며 정식으로 입시학원으로써 역할을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일본에서 3대 입시학원의 타이틀을 가지고 많은 수험 준비생들을 모으고 있다.
그래선가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모의고사하면 카와이'라는 이야기가 꽤 일본에서 들린다고 한다.
이곳의 수업은 국내의 일반적인 입시학원처럼 집단 대면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학교와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해 강좌 신청을 할 수 있다. 또 각 학원마다 튜터(チューター)가 있어 자신의 학습 상황을 확인하고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만일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그곳에서 일하거나 알바로 있는 대학생 직원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다른 3대 예비교와 마찬가지로 카와이 또한 자습 위주가 아닌 수업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면 수업이 자신과 맞거나 자습이 습관화된 수험생이라면 이러한 예비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
3. 카와이모시(河合塾)
전국통일모의시험(全国統一模擬試験, 젠코쿠토우이츠모기시켄) 혹은 그 약칭인 전통모시(全統模試, 젠토우모시)는 주로 대학 입시 대책으로 대형 예비교 중 하나인 카와이쥬쿠(河合塾)와 그 산하 전국진학정보센터(全国進学情報センター)가 1972년부터 실시하는 모의시험(모의고사)류를 말한다. 카와이에서 실시하기 때문에 카와이모시(河合模試)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시험의 위상은 지방의 입시학원이나 중소 입시학원에서도 카와이모시를 최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모집단이 동종업계 중에서 가장 크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러한 카와이모시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3-1. 편차치(偏差値)
일본 입시계에서 편차치라고 하면 '학력 편차치'를 말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학력 표준점수' 즉, 자신의 원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점수를 뜻한다. 시험이 쉬워서 평균 점수가 높으면 편차치(표준점수)의 최고점은 낮아지고, 시험이 어려워서 평균 점수가 낮아지면 편차치(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진다. 그리고 당연히 이 편차치가 높을수록 자신이 희망한 대학에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이 학원에서 내는 편차치에서 주의해서 봐야할 부분이 있다.
가와이쥬쿠에서 특정 대학 및 학부의 편차치가 60으로 정했다고 하자. 그리고 카와이모시를 통해 편차치 60을 얻었다면, 그 대학 및 학부에 합격하게 될 가능성은 50%라는 뜻이 된다. 응? 이게 무슨 소리냐고? 가와이쥬쿠는 편차치를 합격가능성 50%선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카와이모시에서 도쿄대에 합격할 만한 편차치를 얻었다고 하자. 이 말은 곧장 다이렉트로 도쿄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고, 단지 도쿄대 문턱에 한쪽 발을 대고 있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이 편차치를 가지고 자신의 위치가 대략 어디쯤인지 파악하고, 공부 방향과 개선점을 찾아 수험에 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3-2. BF랭크(구 F랭크)
응시자 수가 많아 불합격이 되는 수험자가 많은, 높은 배율의 대학, 학부일수록 정확도가 높은 편차치(보더라인) 산출이 가능하다. 비교 표본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불합격자수가 적은 대학, 학부면 비교 표본이 적기 때문에 정확한 편차치 산출이 어렵다. 따라서 불합격자수가 매우 적어 합격률이 50%가 되는 보더라인(경계선)이 어느 편차치대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학부 및 학과에 대해 '보더프리(BF, ボーダーフリー)'라고 칭한다. 쉽게 말해 누구든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라는 뜻이다.
이 카와이쥬쿠에서 만든 BF랭크를 옛날에는 F랭크(Fランク)라고 불렀는데, 이 단어가 지금도 일상속에서 '절대 가고 싶지 않은 대학'을 F랑(Fラン) 혹은 F랑다이가쿠(Fラン大学)라고 부르는 식으로 쓰이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지잡대'라는 말이 꽤 비슷한 뜻인것 같다.
한편, 카와이모시는 대학을 SS, S, A, B, C, D, E, BF 총 8개의 랭크(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
3-3. 고등학교 학년별 시험
대학 입시 중 고등학교의 학년별로 시험이 나뉘어져 있다.
고1 | 고2 | 고3, 고졸 | |
전통 공통테스트 모시 (全統共通テスト模試) |
- | 전통 공통테스트 고2 모시 (全統共通テスト高2模試) |
전통 공통테스트 모시 (全統共通テスト模試) |
전통 기술 모시 (全統記述模試) |
- | 전통 기술 고2 모시 (全統記述高2模試) |
전통 기술 모시 (全統記述模試) |
전통 프리 공통 테스트 (全統プレ共通テスト) |
- | - | 전통 프리 공통 테스트 (全統プレ共通テスト) |
오픈 (オープン) |
- | - | 오픈 (オープン) |
전통 모시 (全統模試) |
전통 고1 모시 (全統高1模試) |
전통 고2 모시 (全統高2模試) |
- |
프라임 스테이지 (プライムステージ) |
고1 프라임 스테이지 (高1プライムステージ) |
고2 프라임 스테이지 (高2プライムステージ) |
프라임 스테이지 (プライムステージ) |
위 표에서 전통 공통테스트 모시(全統共通テスト模試)는 사립대학 입시용 모의고사이며, 전통 기술 모시(全統記述模試)와 전통 모시(全統模試)는 국공립 대학의 2차 시험이나 사립대학 입시용 모의고사고, 전통 프리 공통 테스트(全統プレ共通テスト)는 2022년부터 대학입시센터시험(일본판 예비고사)이 폐지되고 새롭게 치뤄지는 대학 입학 공통 테스트(大学入学共通テスト)용 모의고사다.
오픈(オープン )은 특정 대학 입시 형식에 맞게 출제되는 대학별 모의고사를 말하며, 프라임 스테이지(プライムステージ)는 상위 대학 입시용 모의고사다.
카와이쥬쿠는 이렇게 다양한 입시 방식을 대비한 모의고사를 만들어 두어 수험생의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물론, 일본의 대입 입시 환경 상 다른 대형 입시 학원 또한 이런 식으로 시험 종류를 여러 개 만들어 두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긴 하다.
4. 정리
1955년에 교육자이자 영어학자였던 카와이 이즈치가 세운 입시학원 학교법인 카와이쥬쿠는 크게 성장해 3대 예비교의 지위까지 얻었고, 그 학원에서 주관하는 카와이모의시험(전국통일모의시험)은 현재 일본 입시계에서 최고의 모의고사라는 평을 받으며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외국의 입시 학원에 대한 정보는 직관적으로 큰 쓸모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조사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새로운 교육 시스템 도입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그러한 중심에 있는 학원 또한 그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일본만 하더라도 일본판 수능급 예비고사라고 할 수 있는 센터시험을 2021년에 완전 폐지했고, 그 대응으로 논술, 2022학년도 수능처럼 수학을 선택과목화한 것과 유사한 선택형 시험 방식 등을 채택한 대학입학공통테스트를 실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 준비를 위해 학원은 관련 시험을 사전 조사해서 미리 모의고사를 출제하거나,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대응책을 1대1, 혹은 1대 다수로 찾아주고 있음을 확인했다.
단순히 '카와이모시'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이번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조사를 하면서 새로운 수능급 시험의 등장과 같은 일본 사회의 현행 입시 상황과 입시 문화, 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라는 영화에서 멈춰있던 일본 입시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넓어지는 계기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