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 1호선에도 사우스페리가?
"형! 뉴옥에도 사우스페리 있는거 알아?" "응? 그거 메이플에 나오는 지명 아니었어?" 어릴 적 메이플스토리가 국민게임이던 시절, 모험가를 선택해 튜토리얼을 하다가 메인 월드라고 볼 수 있는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가기 위해서 들려야했던 항구 마을 '사우스페리'. 이 마을의 이름이 현실에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 찾아봤다. |
1. 메이플스토리에서의 사우스페리(Southperry)
1-1. 메이플스토리에서의 사우스페리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메이플스토리를 했을 때만 해도 모험가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생성하면 메이플 아일랜드라는 작은 부유도(浮遊島)에서 튜토리얼을 시작한다. 메이플 아일랜드에서 모험가로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기초 능력을 얻고 난 뒤, 메이플 아일랜드 최대의 항구도시인 사우스페리에서 비행선을 타고 본격적인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 지역의 영명은 Southperry[사우ㅆ페리]로 남페리(perry)라는 뜻이다. 해당 지명은 일본어는 영어, 한국어와 비슷하게 サウスペリ[사우스페리]라고 발음하며, 중국에서는 '남쪽 항구'라는 뜻의 南港[난깡], 타이완에서는 '단풍의 항구'라는 뜻의 楓之港[펭찌깡]이라고 읽는다. 중국어에서 힌트를 얻자면, 메이플스토리에서 perry는 항구와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perry가 항구라는 뜻이 아니더라도, 배와 관련된 단어일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1-2. 페리 제독이 일본의 문을 열다
자, 배와 관련된 단어 Perry[페리].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지 않은가?
1852년부터 1854년까지 제10대 동아시아함대 사령관을 지낸 매슈 캘브레이드 페리(Matthew Calbraith Perry, 1794~1858)의 성이 페리(Perry)이다. 그는 해군 증기선(Steam Navy) 운용체계를 강화해 미 해군에서 '해군 증기선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1853년, 페리 제독은 일본국 에도 막부를 개항하기 위해 일본 동남부의 가나가와현 인근에 도착해 그들을 압박했고(페리 원정, 흑선래항), 이듬해인 1854년 다시 방문해 결국 일본과 가나가와 조약(神奈川条約)이라고도 불리는 일미화친조약(日米和親条約)이라는 일본 최초의 근대식 불평등 조약을 맺게 되었고, 그 결과 일본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솔직히 이 페리 제독에 관한 부분은 번외였다. 이제 미국 지하철의 사우스페리역에 대해 알아보자.
2. 미국 뉴욕 지하철 1호선에서의 사우스페리(Southferry)
2-1. 미국 뉴욕 맨해튼의 사우스페리(Southferry)
사우스페리(Southferry)는 뉴욕 맨해튼의 남쪽 끝에 위치한, 스태튼 섬와 고번스 섬으로 향하는 페리 선착장이다.
19세기 초, 남브루클린(South Brooklyn)이 성장했지만, 브루클린 북부에 위치한 여러 연락선(페리) 선착장으로의 접근이 어려웠다. 이에 1836년 5월, 사우스 페리 컴퍼니(South Ferry Company, 1836~1839)가 설립되어 브루클린 남부와 북부를 잇는 페리 노선을 운항했다. 1839년 풀턴 페리 컴퍼니(Fulton Ferry Company, 1839~1844)와 합병하여 뉴욕브루클린 연합 페리사로 합쳐졌지만, 수요가 줄어들며 폐쇄되었다.
사우스페리라는 회사 이름에서 유래한 사우스페리 선착장은 지금은 관광용으로 주로 운송되고 있는 선착장이 되었다.
맨해튼 남부의 배터리 공원 끝에 위치한 연락선 선착장을 종종 사우스페리라고 부르며, 또 해당 지역에 있는 뉴욕 지하철 1호선의 마지막 승강장의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2-2. 미국 뉴욕 지하철 1호선
1904년 10월 27일, 브로드웨이-7번가선 1호선(1 Broadway–Seventh Avenue Local)이라고도 불리는 뉴욕 지하철 1호선이 개통했다. 처음에는 시청역과 145번가역을 연결한 구간을 다녔고, 같은해 12월 4일, 미식 축구 관계자들에 대한 지하철 수요가 증가하면서 157번가역까지 공식적으로 연장되었다.
1905년 1월 16일, 1호선은 풀턴 스트리트(Fulton Street)까지 연장되었고, 6월 12일, 그 유명한 월 스트리트까지 연장되었다. 7월 10일, 볼링그린(Bowling Green)과 사우스페리(South Ferry)까지 연장되었다.
1908년 8월 1일, 밴코틀랜드 파크-242번가역이 개장하며, 1호선은 2021년 현재의 노선을 가지게 되었다.
2011년 9월 11일, 9.11 테러로 인해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며 인근해 있던 WTC-코틀랜드역이 같이 붕괴되었고, 이로 인해 챔버스 스트리트 역 남부의 맨해튼 지선(Manhattan Branch) 운행이 중단되었다. 상황을 빠르게 인지한 뉴욕의 MTA 지하철 관제 센터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안내를 즉각적으로 한 덕분에 전 열차 운영이 중지되었고, 이로 인해 다행히도 1호선 내에서의 사망자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터널의 I자형 철대들보 일부가 찌그러지고, 역 지붕이 붕괴되는 경제적 피해만 발생했다.
2002년 9월 15일, 9.11 테러로 붕괴된 터널이 재완공되어 개통되었다. 이 터널이 완공될 때 까지 해당 구간은 셔틀로 환승하여 운행하는 식으로 운영되었다.
2-3. 미국 뉴욕 지하철 1호선에서의 사우스페리역
IRT 브로드웨이-7번가선에는 2개의 분리된 사우스페리역이 있다. 사우스 페리(South ferry)라는 연락선 선착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전에 지어진 사우스페리역은 사우스페리 순환역(South Ferry loops)이라 부르며, 새로 지어진 섬식 승강장역은 뉴사우스페리(New South Ferry)라고 부른다.
1905년 7월 19일, 사우스페리 외부 승강장이 개장했다.
1918년 7월 1일, 사우스페리 내부 승강장이 개장했다.
1977년 2월 13일, 교통 수요량의 변화로 사우스페리 내부 승강장이 폐쇄되었다. 내부 승강장에는 이제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열차의 회선 변경을 위해서만 사용되기 시작되었다.
2001년 9월 11일, 9.11테러로 인해 WTC-코틀랜드역 일부가 붕괴되었고, 이에 따라 1호선의 맨해튼 지선이 폐쇄되며 사우스페리 외부 승강장이 같이 폐쇄되었다.
2001년 9월 15일, 9.11테러로 인해 무너진 터널을 복구되며 사우스페리 외부 승강장이 재개장했다.
2009년 3월 16일, 뉴사우스페리(New South Ferry)역이 개장했다. 동시에 구 사우스페리역(사우스페리 내외부 승강장)이 폐쇄되었다.
2012년 10월 22일, 서카리브해에서 막 열대저기압으로 격상된 허리캐인 샌디가 북상하고 있었다.
2012년 10월 26일, 제 56대 뉴욕 주지사(2011~2021) 앤드루 마크 쿠오모(Andrew Mark Cuomo, 1957~)는 허리캐인 샌디로 인해 뉴욕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같은 날 선재해 선언(pre-disaster declaration, 재해가 일어나기 전 해당 재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하는 선언)을 상달했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해당 선언에 서명했다.
2012년 10월 27일, 주요 항공사들은 뉴욕시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과 라과디아 공항, 뉴저지주의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취소했고, 메트로-노스 철도와 롱아일랜드 철도는 모든 서비스를 일시 중지했다. 허드슨 강을 가로지르는 핵심적인 물류 이동 다리인 태펀지 교(Tappan Zee Bridge)와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연결하는 브루클린-배터리 터널, 맨해튼과 뉴저지주를 연결하는 홀랜드 터널도 폐쇄되었다. 롱아일랜드의 일부 지역과 뉴욕 주 내의 고도가 낮은 몇몇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2012년 10월 29일, 허리캐인 샌디는 미국 뉴저지주의 해안에 상륙하며 서북쪽으로 올라갔다. 이 날, 뉴사우스페리역은 허리캐인 샌디로 일어난 큰 홍수 피해를 입었다. 24m에 달하는 구간이 물에 잠겼으며, 물을 빼고 다른 장비들이 복구될 때까지 해당 역은 폐쇄되었다. MTA 교통부가 해당 역이 2016년은 되어야 복구가 될 것이며, 수리 비용으로 약 6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을 정도로 그 수해는 컸던 것이다. 그래도 해당 역을 운영하기는 해야할 터. MTA 교통부는 고민 끝에 구사우스페리역인 사우스페리 순환역을 다시 운영하기로 한다. 그러나 당장 해당 역을 열기 어려웠기 때문에 구 순환역을 열 때까지는 렉터 스트리트(Rector Street)로 터미널을 잠시 옮겨 운영했다.
2013년 4월 4일 05시, 구 사우스페리역이 재개장했다. 해당 역은 뉴사우스페리역이 완공될 때까지 사용될 예정이라고 발표되었다.
2017년 6월 27일, 뉴사우스페리역은 방수 처리, 신호실 이전 등의 공사를 다 끝내고 정식으로 재개장했다. 화재로 장기간 폐쇄된 맨해튼과 브루클린 사이의 이스트 강을 건너는 뉴욕지하철 2호선, 3호선이 지나가는 클라크 스트리트 터널(Clark Street Tunnel)로 늘어난 교통량과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다시 재개장한 것이다.
한 때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항구에서의 들뜬 웅성임은 뉴욕 사우스페리(southperry)의 힘든 삶에 지친 직장인들과 막 배를 타고 소풍을 가려는 꼬마들, 타지에서 관광온 여행객들의 바쁜 발걸음이 녹아든 복잡하면서 인간적인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