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탐구: 기록보관소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다
1. <아카이브 작업에서의 내러티브 탐구>
바바라 모건-플레밍(Barbara Morgan-Fleming), 산드라 리글(Sandra Riegle), 웨슬리 프라이(Wesley Frye)는 '현대에서의 내러티브 탐구'는 연구자와 연구대상자가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있지만 '과거와의 내러티브 탐구'나 '멀리 떨어진 대상과의 내러티브 탐구'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 지에 대해 궁금해했고, 그렇게 아카이브 작업(archival work)에서 내러티브 탐구에 대한 연구를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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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서론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는 경험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한 장소나 일련의 장소에서, 그리고 주변 환경(milieus)의 사회적 상호작용 내에서 시간에 따라 (이루어지는) 연구자와 참가자들 사이의 협력이다. 탐구자는 이 매트릭스(matrix)에 그 도중에 들어가서 이와 동일한 정신으로 진행하면서,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사람들의 삶을 구성하는 경험의 이야기들을 여전히 '살아가고(living) 이야기하며(telling), 다시 살아가고(reliving) 다시 이야기하는(retelling) 그 과정의 한가운데에서 탐구를 결론 짓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 내러티브 탐구는 살아 왔고 말해진 이야기들이다.
- Narrative inquiry: Experience and story in qualitative research, Clandinin, D. J., & Connelly, F. M. (2000)
논문에서는 클랜디닌과 코넬리의 2000년에 발표된 연구를 인용하며, 기록물(구술역사, 일기, 편지, 사진 등)에 접근하고 그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행해지는 내러티브 탐구의 역할을 탐색한다고 밝힙니다.
인간의 마음이 역사를 썼으니, 그 역사를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스핑크스(sphinx)는 자신의 수수께끼를 스스로 풀어야만 한다. 만약 역사 전체가 한 인간 안에 들어 있다면, 역사의 모든 것은 결국 개인의 경험을 통해 설명되어야 한다. 우리 삶의 짧은 '시간들(hours)'과 유구한 역사의 '세기들(centuries)'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있다. 내가 들이마시는 공기가 자연이라는 거대한 저장고에서 나오고, 내 책을 비추는 빛이 1억 마일 떨어진 별(=태양)에서 오며, 내 몸의 균형이 원심력과 구심력의 평형에 의존하듯이, 우리의 '현재 시간'은 지나간 '역사의 시대'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하며, 반대로 거대한 '역사의 시대'들은 우리의 '현재 시간'을 통해 설명되어야 한다.
- 에세이, 첫번째 시리즈(Essays: First Series), Ralph Waldo Emerson(1941)
논문은 1841년에 초판된 미국 작가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의 초월주의 에세이 <에세이, 첫번째 시리즈(Essays: First Series, 1841)>의 제1장 역사(History)의 두번째 단락의 내용을 인용하며 '역사가 개인의 경험을 통해 설명되어야 한다면, 역사에 '누구의 이야기인가?(Whose story is it?), 누가 이 이야기를 썼는가?(Who authored this tale?), 누구의 목소리가 포함되었는가?(Whose voices were included?), 누구의 목소리가 침묵되었는가?(Whose voices were silenced?)'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실증주의자 연구 (positivist research) |
내러티브 탐구 (narrative inquiry) |
| 일반화(generalization), 증류(추출, distillation) | 특정 (사례) 이해하기(understand the particular) |
| 결과들(findings) | 의미들(meanings) |
| 단일 목소리(single voice) | 다중 목소리(multiple voices) |
| "주변요소들 "제거하기(discard “outliers”) | 특징들 주장하기(maintain distinctions) |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자들이 과거를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내러티브 탐구는 '일반화'를 위해 예외를 제거하는 대신, '구체적인 것의 보존'을 택합니다.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록보관소(archive)에 담긴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들에 접근해야 하는데요. 이 논문은 이제 아카이브 자료가 어떻게 잊혀진 목소리를 되살려내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이야기들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1-2. 현대성과 개별적 자아의 출현
현대성(Modernity)은 '자율적인 개인(autonomous individual)'이라는 새로운 인간형을 탄생시켰습니다.
칸트의 '과감히 알려고 하라(dare to know)'는 명제에서 영향을 받은 이 개인들은 권위와 사회적 전통에 의문을 제기하고, 개인의 진정성과 물질적 진보를 추구했습니다.
과거 봉건적 공동체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개인은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자신을 인증(authenticate)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내러티브 연구자들은 바로 이 지점, 즉 개인주의와 정체성 탐색의 문제에 주목합니다. 역사는 이제 전체화(totalization)가 아닌 '줌인(zooming)과 재포커싱(refocusing)'을 통해, 집단이나 통계가 아닌 구체적이고 특정한 인간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Reval&Hunt., 1995)
1-3. 역사적 고려들
사회 이론의 구조기능주의(structural functionalism)와 아날학파(연보학파, École des Annales) 등 역사학의 구조주의는 오랫동안 '시스템'과 거시적인 구조를 강조하며 개인의 행위자의 의식(a sence of agency)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사회 구조를 의인화하여 실제 그 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는 인간을 소외시켰습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망탈리테(사고방식, mentalités)의 역사(심성사, 지성사)나 민중사, 젠더 연구 등이 등장하여 사회를 '아래로부터' 재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러티브 탐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권력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ordinary people)'의 다양한 목소리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1-4. 이론, 역사, 그리고 구조주의의 재고
구조주의가 개인을 프레임 속에 매몰시켰다는 비판에 맞서, 내러티브 연구는 미시적 수준의 역사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행위의 주체성을 되돌려줍니다. 필리프 아리에스(Philippe Aries, 1914-1984)와 같은 역사가는 가족이나 아동기와 같은 구조가 고정된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변화해온 구성물임을 보여주었습니다.(Philippe Aries, 1962), (Hutton, 1998)
탈근대주의 역사학자들은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힘에 의해 형성되는 창조적 과정임을 주장했습니다.(Tosh, 2000), (Joan Scott 1991/2000), (Patrick Joyce, 1995/2000)
결국 연구자들은 내러티브를 사용함으로서 거시적 역사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개별화된 기록을 통해 진실을 문서화함으로써 위로부터의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죠.
1-5. 디지털 아카이브 연구: 이점과 한계
1-5-1. 디지털 아카이브 연구: 이점과 한계
디지털 아카이브 연구는 여러 웹페이지나 웹사이트, 로컬 네트워크 상에서 이미지, 문서, 오디오 파일 등 디지털화된 자료를 분석하는 것으로, 인터넷 보급과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더 많은 연구자에게 접근성을 제공하며, 방대한 자료를 즉각적으로 검색할 수 있고, 마그네틱테이프와 같은 물리적 자료의 자연적 열화를 방지하고 완벽한 복사본을 통해 자료를 영구 보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직접 방문하여 얻는 미적 가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으며, 디지털 매체 역시 데이터 손실의 위험이 있어 백업이 필수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논문은 논문의 저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텍사스공과대학교(Texas Tech University)에 배치된 두 디지털 기록보관소에 대해 소개합니다.
1-5-2. 위살-워커 튀르키예 구전 서사 기록보관소
위살-워커 터키 구전 서사 기록보관소(Uysal–Walker Archive of Turkish Oral Narrative)는 텍사스공과대학교 남서부 컬렉션 및 특수 컬렉션 도서관(Southwest Collection/Special Collections Library)에 소장된 1961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아흐메트 E. 위살(Ahmet E. Uysal), 워런 S. 워커(Warren S. Walker), 바버라 K. 워커(Barbara K. Walker)가 튀르키예 현지에서 수집하고 1980년까지 자료를 초자연, 유머, 도덕 등 8개 섹션으로 분류 정리한 튀르키예 구전 서사 기록들의 온라인 아카이브입니다.
Archive of Turkish Oral Narrative •• Türk Öykürleri Sandığı
Welcome to the Uysal-Walker Archive of Turkish Oral Narrative (commonly referred to as ATON). ATON's holdings are located within the University Archives of the Southwest Collection/Special Collections Library at Texas Tech University, Lubbock, Texas. Mater
www.aton.ttu.edu
1-5-3. 베트남 센터
텍사스 공과대학교의 베트남 센터 및 샘 존슨 베트남 기록보관소(Vietnam Center and Sam Johnson Vietnam Archive)는 미국의 베트남 경험과 동남아시아 문화에 대한 연구 및 교육 지원을 목적으로 1989년에 설립된 온라인-오프라인 기반 아카이브로, 230만 페이지 이상의 자료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베트남 전쟁 관련 온라인 아카이브입니다. 매달 3만~3만 5천 페이지의 새로운 자료가 추가되는 매우 역동적인 연구 자원으로 여겨지죠.
The Vietnam Center and Sam Johnson Vietnam Archive, Texas Tech University
Attention: Vietnam Center & Archive offices will be closed December 24th through January 2nd for the winter break. × VNCA closed December 22nd through January 1st. The VNCA will be closed December 22nd through January 1st during the winter break. Office h
www.vietnam.ttu.edu
1-5-4. 남서부 컬렉션(Southwest Collection)
텍사스공과대학교 남서부 컬렉션 및 특수 컬렉션 도서관(Southwest Collection/Special Collections Library)에는 디지털화되지 않은 귀중한 1차 사료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텍사스 공과대학교의 기록보관소가 존재합니다. 미국 텍사스주 내 최대 규모의 구술사(oral history) 컬렉션을 포함하며, 서부 텍사스의 발전 과정과 인간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죠.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미국 역사학자 프레드릭 잭슨 터너(Fredrick Jackson Turner, 1861-1932)의의 낭만적이고 신화화된 서부 확장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가진 한계를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을 얻게 됩니다. 그렇게 지역의 제도적 기록뿐만 아니라 구술 서사와 개인 문서는 맥락에 맞게 분석하고 종합할 때 우리 과거에 대한 더 완전한 설명을 가능하게 하는 역사적 증거들을 담고 있어 내러티브 탐구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Southwest Collection/Special Collections Library | Texas Tech University
swco.ttu.edu
1-6. 던바 학교 이야기: 아카이브의 한 예시와 E. C. 스트럭스 및 윌리엄 포웰의 이야기들

미국 텍사스주 러벅(Lubbock)에 존재했던 던바고등학교(Dunbar High School, 1922-1993)는 한 장소를 둘러싼 다층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존재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이 학교와 관련된 신문 기사와 구술 역사와 같은 아카이브 자료들은 학교 설립부터 폐교까지 굴곡진 역사를 생생히 증언하죠.
E. C. 스트럭스(E. C. Struggs), 조지 C. 우즈(George C. Woods), 윌리엄 R. 포웰(William R. Powell), 메이 시몬스(Mae Simmons), 조지 스콧 주니어(George Scott, Jr.), 데이먼 힐 시니어(Damon Hill, Sr.), 클라란디스 레인(Clarlandis Lane) 등 던바 고등학교 선생님이나 출신 학생들의 이야기로 등 다양한 교사와 학생들의 구술 역사가 텍사스공과대학교 남서부 컬렉션 및 특수 컬렉션 도서관(Southwest Collection/Special Collections Library)에 보존되어 있어 당시의 생생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그러면서 논문은 초기에 교사를 거쳐 교장이었던 E. C. 스트럭스(E. C. Struggs)와 고등학교 졸업생으로서 교사를 거쳐 교장까지 된 윌리엄 R. 포웰(William R. Powell)의 내러티브를 나열하며 아카이브로서의 내러티브가 어떤 형태로 남아있는지를 보여줍니다.
1-7. 아카이브 문서들과 함께 살아가기
논문은 저자들에게 스스로 '우리는 어떻게 과거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가? 더 이른 시대를 살았던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던바고등학교와 관련된 연결성과 연구자의 위치성에 대해 말하죠.
바바라(Barbara)는 현재의 던바 학교(Dunbar school)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한 휘틀리 초등학교(Wheatley elementary school, 1955-2013, (현) Joan Y. Ervin elementary school)에서 그녀의 언어교수법(Language Arts methods) 과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휘틀리 초등학교의 교장 마거릿 랜들(Margaret Randle)은 이 동네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해주며, 1955년 개교부터 1971년까지 휘틀리 초등학교의 교장으로 있었던 콜빈(Colvin) 씨는 여전히 학교 건너편에 살면서 학교를 지켜보고 있고 (...)
휘틀리에서 가르치는 통합 교수법 과정(integrated-methods block)의 일환으로, 웨스(Wes)와 바바라는 휘틀리 초등학교 및 텍사스공과대학 학생들과 함께 던바 학교 운동장 뒤편에 위치한, 현재는 던바 호수(Dunbar Lake)라고 불리는 옐로우 하우스 캐년(Yellow House Canyon) 지역을 연구했습니다.
우리는 교육자이자 러벅의 동료 시민으로서 스트럭스(Struggs) 교수와 윌리엄 포웰(William Powell)의 이야기에 호응하며, 그들의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지성을 높이 평가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인물들과 러벅에서 그들이 겪은 학교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곳에서 우리의 역할은 장소와 직업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들과 나란히 하고 있으나, 시간과 인종이라는 측면에서는 거리가 있습니다.
산드라(Sandra)가 구술사(oral histories)를 전사하고, 그 녹취록을 기록보관소와 동료 교육자들에게 제공했을 때, 우리는 과거의 다층적인 이야기와 경험들과 다시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았습니다. 마치 '현재'가 그것을 경험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르듯이, '과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아카이브 작업에서의 내러티브 탐구>
그렇게 다양하고 구체적인 렌즈를 통해 과거를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의 역사의식은 확장되고, 이해의 폭은 넓어질 것이라고 결론내리며, 과거의 다양한 목소리는 역사에 대해 가르쳐주고, 현재를 꺠우쳐 주며, 미래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아카이브를 통한 내러티브가 강조된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