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과 표로 보는 역사 시리즈/어원과 표로 보는 세계사, 세계문화

내러티브 탐구란 무엇인가: 듀이 경험 이론부터 경계지대까지 한 번에 정리

호기심꾸러기 2025. 12. 12. 01:46
728x90

1. <내러티브 탐구의 지형도 그리기: 경계 공간과 긴장들>

D. 진 클랜디닌(D. Jean Clandinin)과 제리 로직(Jerry Rosiek)이 2007년에 공동으로 쓴 이 논문은 내러티브 탐구자들이 가지는 인식론적, 이데올로기적, 존재론적 전제의 차이, 내러티브 탐구자와 비내러티브 탐구자의 차이 등을 지도화(mapping)하면서 내러티브 탐구 안의 다양한 관점을 시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논문에서는 '내러티브 탐구자는 '경험'을 연구한다'는 기준점을 세우죠.

 

Crossref

Choose from multiple link options via Crossref

chooser.crossref.org

 

1-1. 서론

인류는 언어가 생긴 이래로 늘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걸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라는 이름의 사회과학 연구 방법으로 부르기 시작한 건 탈실증주의(post-postivism)가 대두된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내러티브 탐구를 역사적으로 위치짓기:내러티브로의 전환 속의 주제요소들(Locating Narrative Inquiry Historically: Thematics in the Turn to Narrative)>이라는 논문에서도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어쨌든 연구 방법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단순하게 '이야기(narrative)'라고 불려왔던 것에 대한 용어를 정의할 필요가 생겼죠. 

  실증주의 탈실증주의와 내러티브 탐구
의학 환자는 치료해야 하는 의학적 대상체
의사-환자 관계는 수직적
환자는 인격을 가진 존재이며, 윤리적으로 치료되어야 함
의사-환자 관계는 수평적
여성학 가부장제 속에서의 여성의 대상화 가부장제 속 여성의 대상화는 타파되어야 함
사회과학 숫자 데이터를 통해 보편화와 일반화에 초점을 두어 객관적 검증을 통한 단일한 인식론을 수용 말과 글,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 매락과 개별 경험에 초점을 두어 다양한 인식론을 수용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와 내러티브 탐구의 철학적 정의를 내리려는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사실만 중시하던 '실증주의 패러다임'의 한계에 대응하기 위해 탈실증주의적 내러티브 탐구가 다양한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납니다.

내러티브의 두 가지 특성
연구대상(현상) 인간은 내러티브를 통해 세상을 경험함(Bruner)
연구방법 내러티브 탐구는 내러티브를 연구하는 구조화된 방식(Connelly & Clandinin)

다만 '내러티브'라는 것이 현상(연구대상)이면서 연구방법이라는 이중성으로 인해 이 분야를 정의하는 것이 복잡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사실주의(realism), 근대주의(modernism), 탈근대주의(post-modernism), 구조주의(constructionism)의 가닥을 가지고 있으면서 학자들 간에도 그 기원과 명확한 정의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분야에 걸쳐 있는 내러티브 탐구를 정리하기 위해 이 논문에서는 미국의 철학자, 심리학자 겸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의 실용주의 철학(pragmatic philosophy)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그렇게 '내러티브 탐구가 경험을 이야기로서 연구하는 것이면서 경험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합니다.

 

1-1. 존 듀이의 경험 이론

존 듀이의 경험 이론에서의 두 가지 핵심 특징
연속성
(continuity)
경험은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시간적 흐름
-> 내러티브 탐구에서, 그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내러티브를 따라가야 함
상호작용성
(interaction)
개인 내부와 외부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경험 구성
-> 내러티브 탐구에서, 내러티브는 사회적 및 구조적인 관계와 맥락을 함께 읽음

존 듀이의 경험 이론에서의 두 가지 핵심 특징은 '경험은 시간 속에서 이어지며 여러 요소가 얽히며 구성된다'는 것인데요. 그렇기에 논문은 그 복잡성은 '내러티브'를 통해서만 온전히 드러난다고 밝힙니다.

 

그래서 경험은 변화 가능하며, 사회적인 맥락과 개인적인 감정이 함께 작동하고, 언어로 완전히 표현이 불가는 한 것이라는 것이기에 따라서 경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경험이 어떤 서사적 흐름 속에서 구성되고 해석되는지 살펴보는 내러티브 탐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죠.

 

1-2. 경계 조건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의 개념적 뿌리를 듀이의 경험의 존재론(Deweyan ontology of experience)에 위치시키면서, 우리는 이를 다른 형태의 학문의 기초가 되는 다른 철학적 가정과 함께 지금 대조할 수 있다. (...) 우리는 내러티브와 세 가지 철학적 전통(탈실증주의(postpositivism), 마르크스주의(Marxism), 탈구조주의(post-structuralism))에 기반한 사회 과학 사이의 개념적 경계를 탐구한다.

- <내러티브 탐구의 지형도 그리기: 경계 공간과 긴장들>

 

1-2-1. 탈실증주의와 내러티브 탐구

탈실증주의 내러티브 탐구
지식은 검증되고 반증되는 현실에 기반
(인간 경험은 불안정하고 왜곡될 수 있기 때문)
경험 자체가 가장 근본적인 실제
경험의 흐름과 의미 생성 과정은 중요하지 않음
(경험을 왜곡되기 쉬운 데이터로 여기기 때문)
경험 자체가 '살아있는 흐름'이기에, 이 흐름을 바꾸는 개입이 일어남
(연구가 경험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연구 자체의 본질임)

논문은 탈실증주의는 경험의 단일 순간을 왜곡 없이 관찰해야 한다고 보지만, 내러티브 탐구는 경험은 내러티브 안에서만 의미가 생기며, 해석은 경험을 변화시킨다고 봅니다.

 

1-2-2. 마르크스주의/비판 이론과 내러티브 탐구

마르크스주의/비판 이론 내러티브 탐구
억압, 권력, 사회 구조가 인간을 해치는 방식에 집중
연구가 삶을 변화시키는 개입이어야 함
인간 경험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된 허위 의식
->개인의 경험은 신뢰할 수 없는 지식 자료
개인의 삶의 경험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의 원천
이데올로기 분석도 가능하나,
사람의 말, 경험을 먼저 있는 그대로의 권리로 인정

논문은 마르크스주의와 비판 이론이 개인의 경험을 먼저 듣는 것은 구조 분석을 흐리고, 오히려 억압을 재생산한다고 보지만, 내러티브 탐구는 억압받아온 사람들의 경험이 더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며 경험을 '허위'라고 판정하는 것도 억압이라고 봅니다.

 

1-2-3. 탈구조주의와 내러티브 탐구

탈구조주의 내러티브 탐구
과학주의에 대한 비판
언어의 담론이 경험 등의 현실을 구성함 인간 경험이 담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인정
다만, 경험은 살아있는 현실이며 언어로 환원되지 않기에 담론이 경험을 완전히 결정하는 것은 아님
(경험이 언어보다 먼저 존재하기 때문)
기표가 기의를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의해 연결될 뿐인 것처럼, 학문 분야는 연구 대상이나 연구 목적을 자연스럽게 갖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형성에 의해 연결됨 학문이 대상을 구성하더라도
사람들의 살아 있는 경험은 그것과 독립된 실제성을 가진다

논문은 탈구조주의는 경험은 담론이 만든 결과물이므로 '실제 경험'은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하며, 내러티브 탐구는 경험은 담론의 영향 아래 있지만 완전히 지워지지 않으면서 내러티브는 변화의 기초가 된다고 봅니다.

 

1-3. 내러티브 탐구의 경계지대

논문이 탈실증주의, 마르크스주의, 탈구조주의와 내러티브 탐구의 경계 조건을 정리한 다음, 그 패러다임과의 경계지대를 설정합니다. 논문에서는 내러티브 탐구와 각 패러다임의 경계는 명확하게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뒤섞이고 긴장하며 공존하는 추상적인 경계지대(borderland)를 통과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내러티브 탐구는 여러 담론, 이데올로기, 제도적 경계를 넘나드는 개인적이고 학문적인 긴장이 반복되며 현대적인 실천적 연구 방식의 하나로 나타나게 됩니다.

  탈실증주의 마르크스주의/비판 이론 탈구조주의
접점 1) 일부 연구는 시간성과 맥락성 중시
2) 경험의 흐름을 연구하려는 시도 존재
1) 억압과 사회 구조에 관심
2) 연구를 '변혁적 실천'으로 봄
1) 언어, 담론의 중요성 강조
2) 내러티브에 대한 관심 공유
철학적  기반 지식은 검증가능함
(비판적 실재론)
구조는 1차적 실재
(경험은 이데올로기의 산물)
언어는 현실 구성
(기표-기의의 임의성, 담론 결정성)
경험에 대한 관점 경험은 불안정한 자료 경험은 허위 의식 경험은 담론의 산물
동의하는 점 맥락의 중요성, 시간성의 고려 1) 억압, 권력, 분석의 필요성
2) 사회적 구조가 경험에 영향을 미침
언어, 담론이 경험에 영향을 줌
거부하는 점 1) 보편화, 일반화 지향
2) 경험의 데이터화
3) 행동을 곧바로 증거로 보는 관점
1) 경험을 구조의 부산물로 보고 '허위'로 처리하는 태도
2) 개인의 살아 있는 경험을 2차적 위치로 두는 것
1) 경험을 담론에 완전히 환원시키는 태도
2) 경험의 실재성을 부정하는 관점
내러티브 탐구의
대안적 입장
경험은 시간적, 관계적 흐름 속에서만 이해가 가능함 변화는 구조 분석이 아니라 경험 속 문제에서 출발해야 함 경험은 담론의 영향을 받지만 담론이 전부는 아님
우려점 경험을 잘라내어 '코드화, 범주화'하는 폭력 참여자의 경험을 무시한 채 탐구자가 '대변자' 역할을 스스로 함 경험이 사라지고 담론 분석만 남아 '실천적 개입'이 어려워짐
경계지대의 가치 경험과 패턴 찾기의 긴장을 탐색하는 공간 구조 비판과 경험 중심성을 조화시키려는 공간 담론 분석과 살아 있는 경험 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공간

탈실증주의는 경험을 데이터로 보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내러티브 탐구는 경험의 흐름과 맥락을 중시합니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와 비판 이론은 구조가 경험을 결정한다고 보지만, 내러티브 탐구는 경험을 변화의 출발점으로 두죠.

마지막으로, 탈구조주의는 경험을 담론으로 본래 상태로 돌려두지만, 내러티브 탐구는 경험의 실재성과 관계성을 지키려고 한다는 차이도 보입니다.

 

1-4. 공유된 공약들: 내러티브 탐구 경계지대 상 공통장소

이 장에서 우리는 듀이(Dewey)의 경험 이론에서 출발하는 내러티브 탐구에 대한 이해를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내러티브 탐구가 탈실증주의, 마르크스주의, 탈구조주의 등의 탐구 방식들과 나란히 있으면서도 구별되는 위치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서 우리는 이 다양한 탐구 방식들 사이에 경계지대(borderlands)가 존재하며, 그 경계는 흐릿하고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우리는 또한 이러한 경계지대가 긴장과 갈등의 공간이며, 그러한 긴장과 갈등이 서로 다른 연구 실천과 연구 텍스트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계지대의 갈등은 내러티브 탐구자들 내부와 서로 간의 차이 속에서도 일정 부분 반복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논의를 마무리했었다.
이제 이 절에서는, 이러한 철학적 이웃들의 영향 속에서도 내러티브 탐구만의 고유한 특징이 존재함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 <내러티브 탐구의 지형도 그리기: 경계 공간과 긴장들>

논문은 이 장에서 듀이의 경험이론에서 출발하는 내러티브 탐구가 탈실증주의, 마르크스주의, 탈구조주의와 어떤 경계지대에서 접합점과 경계점을 가지는지를 정리했다고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내러티브 탐구 만의 독창적인 특징도 존재한다고 강조하죠. 그렇게 아래의 3가지 특징을 소개합니다.

시간성
(temporality)
- 어떤 경험이든 현재의 순간에서 과거를 이어받고 미래로 흘러감 
- 연구 대상(사건, 사람, 사물) 모두 시간 속에서 변화하며 이를 과거-현재-미래를 가진 존재로 기술
- 듀이의 경험 이론 내 연속성(continuity)과 관련
사회성
(sociality)
- 개인적 조건(감정, 희망, 욕망, 미적 반응, 도덕적 성향 등)과 사회적 조건(환경, 주변의 힘, 사회문화적 맥락, 제도적 조건 등)이 동시에 작동
- 특히 연구자와 연구참여자의 관계성이 중요(연구자는 연구참여자의 삶의 관계를 맺으며 연구 수행)
- 연구자는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연구자 자신도 특정 맥락(context) 속에 존재
- 듀이의 경험 이론 내 상호작용성(interaction)과 관련
장소
(place)
- 사건이 벌어지는 구체적 공간의 중요성(물리적 장소, 지리적 경계, 공간적 배치 등)
- 기존의 패러다임은 일반화를 위해 '장소의 특수성'을 벗어나려고 함
- 내러티브 탐구에서는 '장소의 특수성'이 핵심 요소(Basso(1996))

 

1-5. 결론

논문은 내러티브 탐구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철학적 기반을 분명히 하는 작업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연구를 진행했다고 강조합니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기존의 다양한 패러다임과의 경계지대를 두어, 이 패러다임과 내러티브 탐구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보여줬죠. 이러한 비교와 경계 설정을 통해 내러티브 탐구는 주변 철학들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결국에는 ''시간성, 사회성, 장소'라는 3가지 특징을 통해 경험을 살아 있는 그대로 탐구한다'는 고유한 정체성을 견고히 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글을 마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