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문으로 보는 페트루솁스카야의 <위생>(줄거리 소개 있음)
1.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위생>
류드밀라 스테파노브나 페트루솁스카야(Людмила Стефановна Петрушевская, 1938.05.~)의 <위생(Гигиена, 1990)>은 1990년에 출판된 1990년대 당시 소련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단편 소설로, 주소재는 '병, 유행병, 감염'입니다. 이야기는 선형적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타임라인을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이 그냥 읽으면 됩니다. 눈살 찌푸려지는 묘사도 조금 보여 여러 매체에서는 '성인용 판타지 소설'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한 도시에 전염병이 생겼는데, 그 전염병에서 조금 회복된 한 남자가 여러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돈을 주면 먹을 것을 사오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그렇게 소련에 팬데믹 상황이 일어났다면 이렇게 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상황들이 펼쳐집니다.
2. 대화문으로 보는 <위생> (스포 주의)
이 소설엔 직접적인 기호 없이 표현된 대화문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기호와 함께 표시가 된 대화문만 수록했습니다.
(젋은 남자) — 전 이 병을 앓았었습니다. — 전 탈출에 성공했고, 전 재발병을 무서워하지 않고 집집마다 걸어다니며, 만약 누군가가 없다면, (그에게) 빵과 예비품들을 가져 나릅니다. 당신은 예비품들이 있나요? 돈을 주세요, 전 갔다옵니다, 가방도 조금 더 크게 (주세요), (당신에게) 있다면요 수레로 (갔다오겠습니다). 상점들에는 이미 많은 줄이 있지만, 전 전염병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
(할아버지) — 감사합니다. 우리에겐 필요 없습니다. |
(젊은 남자) — 모든 가족 구성원의 발병의 경우에 문들을 열어두세요. 전 힘 닿는 대로 16층의 집 네 동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구원받은 당신들 중 그 (사람)는 또한 ,저처럼, 시체들을 내리는 것 등(을 하며) 사람들에게 도움줄 수 있습니다. |
(할아버지) 시체들을 내리는 것은무슨 뜻이죠? |
(젊은 남자) — 전시체들을 폐기물 방출관(мусоропровод)으로 던짐으로써 (작동하는)사체 배출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큰 크기의 비닐봉지들이 필요하다. 저 (근데) (전) 그것들을 어디서 구할지 잘 모르겠어요. 공업장(промышленность)은 이중 필름(двойная плёнка)을 생산하고, 그것을 사용하면 될 겁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돈을 구할까요, 모든 것은 돈으로 기댑니다. 이 필름을 뜨거운 칼로 자를 수 있고, 자동으로 어떠한 길이의 자루도 용접됩니다. 뜨거운 칼과 이중 필름(만 있으면 된다). |
(할아버지) — 아니요, 감사합니다, 우리에겐 필요 없습니다. |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자신을 전염병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죠. 그리고 아파트 4동을 관리하며, 식료품 및 생필품 및 쓰레기 처리 운반책이 되겠다고 하며 돈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R씨(할아버지)는 거절합니다. 이 때 남자는 감염이 되면 집의 문을 다 열어두고, 생쥐를 조심하라고 주의합니다!
(이웃) — 돈이 있다면, 뛰어가서 반리터짜리 병(поллитровка) 10병을 가져와. (그럼) 돈을 줄게. |
이웃도 마찬가지입니다. 술 먼저 사오면 돈 준다고 비아냥 반 진심 반 이야기를 하죠.
(할머니) — 그가 온다면, 우리에게 (그가) 빵과 연유... 그리고 달걀을 가져다주도록 하자. 다음에 양배추와 감자도 필요해. |
(할아버지) — 사기꾼(Шарлатан). 화상 입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건 다른 (이유) 겠지. |
할머니는 이전에 이와 비슷하게 흘러갔던 장례식 조의금 사기를 당한 적이 있지만, 그 남자에게 부탁했어야 한다고 여기죠.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를 사기꾼이라고 말하면서 믿지 않습니다. 이후 통로에 그 남자는 한동안 있다가 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소녀) «뭐라고 당신(들)은 소리치는거에요» |
먹성 좋은 아버지 니콜라이와 외할아버지가 말다툼을 하는데, 어머니 옐레나가 남편을 변호하며 큰소리를 냅니다. 그러자 소녀는 그들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말합니다.
(할아버지) — 빵집(булочная)의 진열장(витрина)! 달리렴, 콜랴(Коля, 니콜라이), 비축해줘!(들고와줘!) |
그날 밤, 한 빵집의 진열장 유리가 깨진 것을 발코니에서 본 할아버지가 사위 니콜라이(콜랴)에게 빵을 가져와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니콜라이는 성공적으로 30kg의 수슈카(сушка)와 10개의 통빵(буханка хлеба)을 들고 옵니다. 그렇게 그 날은 다들 평화롭게 잠을 청합니다.
(니콜라이) «아침식사는 스스로 먹으라(고 했죠~)» |
빵사냥에 성공한 니콜라이는 아침에 0.5kg의 수슈카와 차를 먹으면서 농담을 했습니다. 이후 가족들은 계속 빵을 훔칠 수 없기 때문에 분배를 해서 식사마다 조금씩 먹습니다. 이 때 엄마 옐레나는 딸을 위해 자신의 몫을 더 나눠줍니다.
(할아버지) — (고양이를) 들이고 키워야 해. 고양이(Кошка)는 귀한 신선한 비타민 고기(ценное свежее витаминное мясо)이지. |
(옐레나) «너를 위해 내가 (나로부터) 떼어놓은 것을 걔(고양이)에게 주는거야?». |
발코니에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울기만 합니다. 그 동안 옐레나의 딸인 소녀는 계속 그 고양이를 걱정했죠. 어느날 할아버지는 그 고양이를 나중에 먹을 작정으로 집안에 들입니다. 그런데 소녀가 그 고양이를 계속 돌보는데, 자기 몫까지 고양이에게 주어 어머니가 한 소리를 했습니다.
(할아버지) — (그들(군대)은) 경계를 벗어날 것이고, 국경을 넘어갈 것이고, 도시 안으로도 (들어오는 것과) 도시 밖으로도 (나가는 것의) 격리를 봉쇄할(оцепить)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모든 것이 사실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그녀는) 식료품을 위해 도시로 가야겠다. |
(니콜라이) — 오드콜로뉴(одеколон)를 주세요. 갈게요. 저의 것이 거의 모두 (다 썼어요.) |
(할아버지) —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 되겠군. 수도(водопровод)와 배수(канализация)가 작동한다는 것이 여전히 행복이다. |
(할머니) — 퉤(тьфу), 네게, 부정탈거야(сглазить). |
그 이후 사흘쨰, 식량이 이틀분만 남았을 때, 군대가 도시를 봉쇄합니다. 그렇게 니콜라이는 식료품점으로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러 다녔죠.
(할아버지) — 피는 가장 큰 감염인자(инфекция)다. |
그 날 새벽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잠이 들기 전 이렇게 말합니다.
(소녀) — 여기요(Вот) |
(할머니) — 뭐야(Что такое)?! |
(소녀) — 고양이가 생쥐를 잡았어요! 고양이는 생쥐를 먹었어요! |
(할아버지) — 어떤 생쥐를(Какую мышку)? |
(소녀) — 그런, 회색 생쥐를요. |
(할아버지? 할머니?) — 부푼 (생쥐를)? 뚱뚱한 (생쥐를)? |
(소녀) — 네, 뚱뚱하고 큰 (생쥐를). |
(할아버지) — 더 꽉 잡아(Держи крепче)! 네 방으로 가, 얘야, 가. 고양이와 가. 아이고, 천한놈(гадина), 아흐, 뜨내기. 고양이와 다 놀더니, 정말 쓰레기야. 어? 놀았어? |
(소녀) — 소리치지 마! |
그러다 일이 생깁니다. 고양이가 살이 찌면 먹을 생각이었지만, 고양이는 점차 야위어갑니다. 그런 상황에서 식사 시간마다 소녀는 고양이에게 자기 몫을 줍니다. 그를 본 어머니 옐레나는 종종 딸의 손을 때렸죠. 결국 고양이를 부엌 밖으로 내쫓았고 소녀는 그 고양이를 쫓아갑니다. 이후 회색 생쥐를 먹은 고양이와 그 고양이와 뽀뽀를 한 소녀를 본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녀에게 방에 들어가라고 합니다.
(소녀) — 놔줘요, 열어줘요, 전 화장실로 (가야해요) ㅠㅠ |
(니콜라이) — 나(의 말)를 들어, 소리치지 마! |
(소녀) — 놔줘, 놔줘! (아빠) 스스로나 소리치지 마! 놔줘요! |
그렇게 자신의 방에 갇힌 소녀는 화장실을 가지 못해 절규합니다. 결국 아이를 방에 가둔 채로 아이에게 먹을 것과 씻길 것 등을 나름 교육하면서 소녀가 살 수 있게 도우려고 했지만, 아직 어렸던 소녀는 어른들의 지시와 행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사건이 터집니다. 어느날 고양이가 할아버지에게 다가왔죠. 그걸 본 니콜라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가두었고, 이에 울음을 터뜨린 옐레나도 욕실에 가둡니다. 그리고 자신도 감염되었음을 알았던 니콜라이도 침대에 누워 몸이 부푼 상태로 사망합니다. 가족의 어른들이 모두 사망하고 나서 4개의 동을 돌던 젊은 남자가 도착했지만, 문이 열려있지 않았기에, 처음엔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소리만 나는 것을 듣고 이상하게 여긴 그 젊은 남자가 문을 열었는데, 거기엔 '소녀'만 살아남았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여러모로 팬데믹의 상황이 생각나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