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의 여왕(1999)>
1. 등장인물 소개
무르(Мур)
안나 표도로브나의 어머니. 딸과 약 30살 차이가 나며, 작 중 90살. 여러 사람들과 사랑을 나눴으며, 남편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중 안나의 시선에서 천사(ангел)라고 묘사된다. 최근 출판된 책을 손에 꼭 지고 안나와 이야기를 한다.그녀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는 1916년에 아버지와 함께 파리에서 살았으며, 그 당시 그녀는 어린 소녀였다고 한다. 그 때 약혼남 카스파리가 그에게 다이아뎀을 줬는데, 1924년 조지아의 트빌리(Тифлис)에서 내기로 그것을 잃었다고 말한다. 작중에서 다양한 가족, 이성, 동성들에게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묘사된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그녀의 알 수 없는 힘에 굴복하여 계속되는 변덕을 달래느라 애썼다고 한다. 어느 날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일어나서 초콜릿을 달라고 조른다. 이제는 종을 흔들며 안나를 부른다. 과거에 릴리야에게서 마예츠키를 빼앗는다. 에바가 죽고 나서 딸 안나가 자신을 돌봤는데, 이 때 쯤 죽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었다. 30년전에 마렉을 엄청 싫어했다. 어느날 폴란드 출신의 이스라엘인(마렉이 보낸 사람으로 추정)이 안나에게 몇백 달러를, 예카테리나에게 장난감과 옷을 가져다줬는데, 당시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감옥에 갇히게 되었기에, 그녀는 큰 소동을 일으켰고, 그렇게 다시 안나는 그 남자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남편인 대작가는 스탈린상(Сталинская премия)을 받았다고 한다. 마지막에 손녀 예카테리나에게 뺨을 맞고 어안이 벙벙해지면서도 '뭐지? 뭐야? 모든 것은 동일하게 그렇게 될거야, 내가 원하는 대로(Что? Что? Все равно будет так, как я хочу...)'라고 말한다. 작 중 한 번 '무르카(Мурка)'라고 불리며 안나에 따르면, '사냥 나선 호랑이(Тигрица на охоте)'라고도 불린다.
안나의 아버지
독일 의사 집안에서 자란 외과의사. 캅카스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한 무르를 치료해줬는데, 그 때 깁스를 한 무르가 그를 유혹해 결혼했고, 결국 안나 표도로브나를 낳았다. 무르보다 20살이 많았다고 한다. 지방에서 헌신적으로 근무하고 수술도 했다. 이름은 슈토르흐(Шторх)로 추정된다.
안나 표도로브나(Анна Федоровна)
무르의 딸이자 마렉의 전부인이자 안과의사. 악몽을 꾸고 새벽 4시가 조금 안되어서 잠에서 일어나 필요했던 서류인 논문 평가서(отзыв на диссертацию)를 찾는다.정장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르에게 항상 지적을 받지만 사과하고 변명한다. 간혹 반박을 해도 이후엔 스스로를 탓한다. (사람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어머니 무르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려 약 30~40여년전에 그를 공격하고 싶었던 적이 최소 두 번은 있었다고 한다. 에바 이모 이후로 쭉 무르를 보살폈다. 마렉과 결혼 후 오스탄키노(Останкино)에서 신혼집을 차렸고, 그곳에서 예카테리나를 낳았다. 그러나 결국 이혼한다. 어느날 폴란트 출신의 이스라엘인(마렉이 보낸 사람으로 추정)이 안나에게 몇백 달러를, 예카테리나에게 장난감과 옷을 가져다줬는데, 당시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감옥에 갇히게 되었기에, 무르는 큰 소동을 일으켰고, 그렇게 다시 안나는 그 남자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 전남편 마렉은 그녀를 아녤라(Анеля)라고 부른다.
예카테리나(Екатерина)
안나 표도로브나의 딸이자 무르의 손녀, 레나와 그리고리의 어머니. 카탸(Катя)라고 불린다. 작 중 약 40살. 아버지 마렉이 오기 전날 늦게까지 아파트를 청소했다. 할머니 무르의 자매 베아타에 의해 파흐라(Пахра)로 보내졌다가 학교에 입학할 때 쯤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를 정말 사랑했으며, 학창 시절에 아버지 마렉으로부터 작은 구리 현미경을 받았다. 아버지 마렉은 그녀를 카투슈카(Катушка)라고 부른다. 딸 레나를 낳고 1년 뒤 이혼당한다. 그리고리는 다른 남자에게서 낳았다. 마지막 여행을 갈 준비를 하다가 어머니가 우유를 사오지 않자, '우유'를 되풀이하며 우유를 사러 가지만, 어머니가 죽은 것을 보고 '신분증'을 되풀이하며 집으로 갔다. 집에 돌아와 택시기사와 다투고 있는 무르를 보고 그녀의 뺨을 때린다. 그러나 정말 무르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무르를 위해 우유팩을 뜯어 커피에 부으면서 역사가 반복될 것을 암시한다.
그녀의 오래된 환자(ей давний пациент)
유명한 철학자 겸 문헌학자로, 안나 표도로브나에게 문학 연구에 관한 책 한 권을 줬다.
절친(задушевная подруга)
안나 표도로브나의 친구 중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절친.
카스파리(Каспари)
무르와 약혼했던 남자. 그는 그녀에게 다이아뎀(диадема)을 선물로 주었지만, 어느 순간 그녀와 헤어지게 된다.
미하일(Михаил)
무르가 카스파리와 헤어진 이후 만난 남자. 위대한 음악가.
박스트(Бакст)
무르의 초상화를 그린 사람. 그 그림에 있는 무르의 다이아뎀은 실제 그녀가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닌 소품이었다고 한다.
레나(Лена)
예카테리나의 딸이자 그리고리의 누나. 레노치카(Леночка)라고 불린다. 작중 묘사에 따르면 '시험을 망치러 간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작중 약 17살.
릴리야(Лилия)
무르가 티비에서 나오는 로레알(Ореаль, L'Oréal, 1909~)을 보며 떠올린 회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 무르의 친구이자 경쟁자로 여겨진다. 로리강 코티(L'Origan Coty, Лориган Коти)의 향수를 파리에서 주문했지만, 그녀의 남자는 그녀에게 자금 사정상 1L보다 작은 향수를 사주었고, 그에 따라 실망했다고 한다. 릴레치카(Лилечка)라고 불린다. 마예츠키와 연애를 하고 있었으나 무르에게 그를 빼앗긴다.
마예츠키(Маецкий)
무르에게 로리강 코티 향수 1L를 사준 인물로, 당대 유명한 영화감독. 무르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영화 촬영을 해주었으나 이혼했다고 한다.
그리고리(Григорий)
예카테리나의 아들이자 레나의 남동생.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샤(Гриша), (마렉에 의하면) 그리시카(Гришка)라고 불린다.
마렉(Марек)
안나 표도로브나의 전남편. 안나보다 5살 연하. 형, 아버지, 공산주의자 어머니 등 대가족이었다고 한다. 유대인 출신의 외과의사로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에서 병원을 차렸는데, 그녀와 딸을 만나러 온다. 무르가 죽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에도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марксистско-ленинская теория)'처럼 영원히 살 것이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그의 장모인 '무르'를 '스페이드 여왕(Пиковая Дама)'이라고 부르며 입술에 키스하곤, '푸시킨이 그녀를 보고 <스페이드의 여왕>을 썼을 것이라 말한다.묘사를 보면 '바르샤바 역사 지구(Старое Място)의 좁은 집에서 태어난 차르네츠키 영애(панна Чарнецкая)의 아들이자, 바르샤바의 유대인거리(еврейской улица Варшавы) 크로흐말나야 거리(улица Крохмальная) 약사(аптекарь)의 손자'로 추측된다. 안나를 방문한 이후, 떠나기전 아이들을 여름에 그리스로 초대하고 싶다고 말한다.
타티야나 자비도노바(Татьяна Завидонова)
2학년 때 예카테리나와 같은 반이었던 여사친.'타냐 자비도노바(Таня Завидонова)'라고 불린다. 그녀가 보여준 현미경을 돌려주지 않았다. 예카테리나의 의견에 따르면, 그녀의 아버지가 그 현미경을 팔아서 술을 마셨을 수도 있다고 한다.
에바(Эва)
도시에 살던 무르의 여동생. 무르보다 10살 어리다. 결혼 하지 않고 평생 무르를 보살폈으며, 블라우스(блузка)에 풀을 먹이며(крахмалить) 살았다. 비밀스런 카톨릭신자여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격했지만 유독 무르를 잘 따랐다. 그러나 곧 60살이 되어갈 쯤에 사망한다.
작 중 에바 이모(тётя Эва) 등으로 불린다.
베아타(Беата)
다차에 살던 무르의 자매. 에바가 죽고 안나가 무르를 돌보기 시작하자, 그녀는 안나의 딸 예카테리나를 돌본다. 그러나 아이들을 견디지 못해서 그녀를 파흐라(Пахра)로 보낸 다음 학교에 입학할 때 쯤 데려왔다. 작 중 베아타 이모(тётя Беата) 등으로 불린다.
젊은 경관(молодоймилиционер)
작품 중간 부분에서 안나의 환자로 있던 인물. 갑작스러운 외상을 당한 그는 겨우 수술에 성공해 한쪽 눈은 무사했으나, 수술 후 TV(телевизор)를 끌고 가 모두 정교한 수술 작업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안나는 걱정을 한다.
베라(Вера)
한 때 무르의 여사친이자 당대 유명배우. 작 중 베로치카(Верочка)라고 불린다.
예반게리야 다울라(Евангелия Даула)
마렉의 새로운 부인의 친구. 안나의 집으로 보낸 6~9월 사이에 아무 때나 그리스 세리포스섬(Серифос)로 올 수 있게 만든 초청장을 보낸 인물이다.
소피야 아흐메토브나(Софья Ахметовна)
한 상점의 타타르인 직원의 시어머니로, 약 15년전 안나가 그녀를 수술한 적이 있다. 현재는 귀가 완전히 먹었으나 눈은 보인다고 한다.
2. 같이 보면 좋은 작품들
2-1.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스페이드의 여왕>
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의 여왕>에선 '스페이드의 여왕(Пиковая Дама)'이라는 키워드가 3번 등장합니다.
— 스페이드의 여왕(Пиковая Дама)이다! 손님(=마렉)은 최고의 경탄 속에서 속삭였다 |
— 경험(이 있어). 내겐 클리닉에서 80%의 80세 이상의 환자들이 있는데, (그들) 모두 부유하면서 변덕스럽지. 5년 동안, 그들과 함께 사이 좋아지는 것을 배웠어. 그런데 네(=안나) 어머니은 진짜 스페이드의 여왕(настоящая Пиковая Дама)이야. 푸시킨(Пушкин)이 그녀(=무르)로 (소설을) 썼어. 알겠어. 가자, 그리샤(Гриша), 거기 여행가방에 뭐가 (누워)있는지 보자. |
— ... ...저주(проклятье) 같은, 진정한 기적이 축복(благословение)으로 변하게 된다. 이 괴물, 에고이즘(이기주의)의 화신, 스페이드의 여왕(Пиковая Дама), 모두를 절멸시켰고, 모두를 매장했어... 그리고 어떻게 넌(=안나)는 이를 메고 가는거야? 넌 단순히(просто) 성녀(святая)야... |
모두 안나의 전남편인 마렉의 대화에서 나오는 부분이죠. 특히 두번쨰 표현에선 '푸시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있어, 이 책이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쓴 <스페이드의 여왕>임이 밝혀집니다.
이 작품은 '기존의 것을 지키지 않고, 무언가를 봄고 진심으로 믿게 되어 예측불가능한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 파멸로 가는 게르만의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믿음의 중요성', '보는 것의 중요성', '불확실성', '장난과 진지함'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생각하게끔 합니다.
2-2. 파블로 피카소의 <카페의 여인>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카페의 여인(Femme au café, 1901)> 혹은 <압생트 마시는 사람(Absinthe Drinker, 1091)>이라는 그림입니다. 작중 '압생트 애호가의 자세로(в позе любительницы абсента)'라는 표현이 바로 이 그림의 이미지로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