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에 등장하는 엠마오(엠마우스)는?
1. <성경> 속의 엠마오(엠마우스)에 대한 묘사
24:13 바로 그 날 두 제자가 예루살렘에서 11킬로미터쯤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내려가면서 24:14 최근에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24:15 그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토론하고 있을 때 예수님이 가까이 가셔서 그들과 동행하셨다. 24:16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했다. 24:17 예수님이 그들에게 '너희가 길을 가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 ?'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멈춰 섰다. 24:18 그때 글로바라는 사람이 예수님께 '당신은 예루살렘에 있으면서 최근에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르고 계십니까 ?' 하였다. 24:19 그래서 예수님이 '무슨 일이냐 ?'하고 다시 물으시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사렛 예수님에 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나님과 모든 백성들 앞에서 행동이나 말씀에 능력 있는 예언자였습니다. 24:20 그런데 대제사장들과 우리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주어 사형 선고를 받게 하고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 24:21 우리는 그분이 이스라엘을 구해 주실 분이라고 잔뜩 기대했었는데 말입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 이런 일이 일어난 지 사흘이나 되었는데 24:22 우리 가운데 어떤 여자들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들은 새벽이 무덤에 갔다가 24:23 예수님의 시체는 보지 못하고 돌아와서 천사가 나타나 그분이 살아나셨다고 말하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24:24 그리고 우리와 함께 있던 몇 사람도 무덤에 가 보고 여자들이 말한 것이 사실임을 확인했으나 예수님은 보지 못했습니다.' 24:25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너희는 정말 미련하고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더디 믿는구나 ! 24:26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 영광에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 ?' 하시고 24:27 모세와 모든 예언자들로부터 시작하여 자기에 관해서 모든 성경에 기록된 것을 그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24:28 그들이 가려고 하는 마을에 가까이 갔을 때 예수님이 더 가시려고 하시자 24:29 그들이 강력하게 권하며 '저녁때가 되어 날이 이미 저물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묵었다가 가십시오.' 하였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묵으려고 따라 들어갔다. 24:30 예수님이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고 감사 기도를 드리신 후에 떼어서 그들에게 주시자 24:31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자 예수님은 순식간에 사라져 보이지 않으셨다. 24:32 그들은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성경 말씀을 설명해 주실 때 우리 마음이 속에서 뜨겁지 않더냐 ?' 하고 서로 말하였다. 24:33 그리고서 그들이 즉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 한 제자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24:34 주님이 정말 살아나 시몬에게 나타나셨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24:35 그래서 두 제자도 길에서 있었던 일과 예수님이 빵을 떼어 주실 때 그분을 알아보게 되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 <누가복음> 24장 |
16:12 그후 제자 두 사람이 예루살렘을 떠나 시골로 내려가고 있을 때 예수께서는 그들에게도 나타나셨다. 그러나 예수께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셨기 때문에 처음에는 예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16:13 마침내 그들이 예수를 알아보고 급히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가서 다른 제자들에게 알렸으나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 <마가복음> 16장 |
<누가복음(루카의 복음서)>에 따르면, 엠마오(엠마우스, Emmaus)는 예루살렘에서 약 11km 떨어진 마을이라고 합니다. 마을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온천'이라는 뜻의 חמת[함맡]에서 유래했습니다.
안식일 전날에 예수는 십자가형으로 죽었으나, 날짜상 2일 뒤인 안식일 다음날에 예수의 무덤이 비어있음을 확인하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가 부활했다고 믿습니다.
그 사건이 있던 날에 제자 두 명이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는 사실 부활한 예수였죠. 그 사실을 모르고 그 둘은 예수와 같이 엠바오로 향합니다.
이후 엠마오 인근의 한 곳에서 잠을 청하려 들어갔고,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두 제자는 그가 예수임을 알아봤지만, 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정말 놀라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이 소식을 알렸지만, 이 이야기를 믿은 사람은 없다고 하네요.
이 엠마오로 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는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 예수의 죽음에 대한 절망에서 부활에 대해 믿음을 가지는 계기가 되는, 진실한 기독교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두 제자는 예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면서도, 그에 대한 확실한 믿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는 그들이 미련하다는 일침을 날리며, 모든 하나님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예수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아니, 예수는 처음부터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두 제자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2.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에 등장하는 엠마우스에 대한 묘사
2-1.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Мать, 1907)>는 자물쇠제조수리공(слесарь)인 남편 미하일 블라소프(Михаил Власов)에게 맞으면서 힘들게 아들 파벨 미하일로비치 블라소프(Павел Михайлови Власов)를 키우던 자기 자신 조차 챙기지 않은 어머니 펠라게야 닐로브나 블라소바(Пелагея Ниловна Власова)가 남편이 죽고, 사회주의자가 된 아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고 교류하며 스스로의 무지를 깨고 혁명가가 된 어머니의 이야기를 묘사하는 총 2부로 구성된 소설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성경>의 엠마오(엠마우스)가 2번 등장하는데요.
모두 소설 1부에서 등장합니다.
2-2. 1부 3장
어느날 그(파벨)는 그림을 가져와 벽에 걸었다. - 세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론가로 가볍고 활기차게 걸어가고 있었다. -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Христос)가 엠마우스(Эммаус)로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 파벨(Павел)은 설명했다. (파벨의) 어머니에겐 그림이 마음에 들었으나,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너는) 그리스도를 존경하는데, 교회로 다니질 않네...' |
1부 3장에서 아버지가 죽은 뒤 더 친근해진 모자 관계는 언젠가부터 주변의 노동자 친구와 달라진 아들 파벨 미하일로비치의 모습에 조금씩 거리가 생깁니다. 그러던 중 아들이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와 예수'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들고와 벽에 걸었죠. 이 이야기는 '기독교인의 믿음으로 가기까지의 길고 긴 여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후 아들의 행보와 어머니의 활동상을 보면, 이 그림 속 두 명의 제자는 당시 기준으로 무지했던 노동자와 농민이 '사회주의'라는 '구세주'를 만나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결국 '사회주의로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단순하게, 펠라게야 닐로브나의 집의 상황만 본다면, '무지했던 노동자와 농민'은 '무지했던 파벨과 펠라게야'로 볼 수도 있겠죠.
2-3. 1부 21장
삶은 빠르게 흘러갔고, 날들은 알록달록하고 다양했다. 각각은 그 자신과 함께 새로운 무언가를 데려왔으며, 그것은 더이상 어머니를 걱정시키지 않았다. 점점 더 자주 저녁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근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안드레이(Андрей)와 이야기했고, 밤 늦게, 옷깃을 치켜올리고 모자를 눈 아래 낮게 끌어 올린 뒤, 주의깊게, 고요하게, 어둠으로 떠나갔다. 각각에서 절제된 흥분이 느껴졌고, 모두 노래하고 웃고 싶어한다고 여겨졌지만, 그들에게 시간이 없었고, 그들은 항상 서둘렀다. 일부는 조롱하면서 진지하고, 다른 일부는 쾌활하고 젊음의 힘으로 반짝이고, 셋째의 (다른 일부는) 사려 깊게 조용하며, 그들 모두 비록 각각에게 자신의 얼굴이 있었으나, 그녀(=어머니)에게 있어서 모든 얼굴은 하나로 합쳐졌고, 어머니의 눈에 (그들은) 똑같이 끈기 있고 확신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어두운 눈들의 깊은 시선과 함께 여위고, 침착하게 결단력있고, 맑은 얼굴은 꼭 엠마우스(Эммаус)로 길가는 그리스도(Христос)의 시선처럼 상냥하면서 엄격하다. |
엠마오(엠마우스)로 가는 길에 예수는 단호하게 두 제자의 흐릿한 믿음에 일침을 가하면서도 하나님의 길고 긴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한 예수의 시선을 소설 속 펠라게야 닐로브나는 '상냥하면서 엄격한 시선'이라고 묘사하죠.
예수가 하늘의 이야기와 구상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었던 것처럼, 펠라게야 닐로브나의 집에 드나들던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사람들은 그 모습은 달랐지만, 결국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