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짓기와 음절시, 강세시, 음절강세시의 시작법(러시아시를 위주로)
1. 시짓기(стихосложение)와 그 체계
시짓기(стихосложе́ние [스찌허슬러졔니여])는 자신의 생각을 시형식으로 표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는 특정 언어의 역사문화적 전통에 바탕에서 이뤄지는 둔 특정 언어 요소의 자연스러운 반복의 법칙을 근간으로 하는 시적 조직 체계를 말하죠. 이러한 시짓기의 체계는 언어의 운율적 특징에 따라 크게 2개 그룹으로 나눠집니다.
시짓기 | |
양적 시짓기(квантитативное стихосложение) (=운율적 시짓기(метрическое стихосложение)) |
비양적 시짓기(비운율적 시짓기) |
* 길고 짧은 음절의 규칙적 교대로 특징됨 * 음절을 발음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그에 첨부된 큰 리듬단위에 제약 * 음절의 크기보다는 악센트를 고려함 |
* 하위 분류로 음절시, 강세시, 음절강세시가 존재 |
2. 비양적 시짓기(비운율적 시짓기)
음절시짓기 (силлабическое стихосложение) |
지속적인 강세가 있는 언어(프랑스어, 폴란드어 등)의 특징인 초기 리듬 구성을 담당하는 시짓기. 러시아어에는 맞지 않은 형태였음 |
강세시짓기 (тоническое стихосложение) |
리듬의 기초로서 강조된 단어와 구의 반복을 기반으로 하는 시짓기 |
음절강세시짓기 (силлабо-тоническое стихосложение) |
음절시와 강세시의 경향을 혼합해 강세어와 비강세어가 번갈아 나오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시짓기 |
2-1. 음절시짓기
음절시짓기는 시를 박자의 수나 배열이 아닌 '음절의 수'에 따라 동일한 리듬 단위로 나누는 시짓기 방식을 말합니다.
Сра/м че/стны/й ли/це/ де/вы/ ве/льми/ у/кра/ша́/ет/, (13음절) Е/гда/ та/ ни/че/со/же/ не/ле/по/ де/рза́/ет/. (13음절) Зна/мя/ же/ сра/ма/ то/го/ зна/ет/ся/ о/тту́/ду/, (13음절) А/ще/ о/че/с не/ ме/ще/т сю/ду/ и/ о/ну́/ду/. (13음절) (폴로츠크의 시메온의 작품) |
위와 같이 각 시행마다 고정된 수의 음절(자음+모음 or 모음)을 가지고, 각 시행의 중간에 쉬는 부분이 존재하며, 각 시행의 끝부분에는 여성운(시행 마지막이 무성으로 끝나며 그 직전 모음에 강세가 붙는 각운)을 형성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시는 이런 분석에 의해 '13음절시(тринадцатисложник)'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어의 특성상 외국에서 전래된 이러한 음절시는 말과 맞지 않아 곧 다른 방식의 시짓기가 등장하는데요. 따라서 '음절시짓기' 방식은 '러시아에의 시의 전래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좋은 역사문화적 수단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2-2. 강세시짓기
강세시짓기는 동일한 수의 강세 음절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한 시행에서 비강세 음절의 수는 다소 자유로운 편인 음절 시짓기 방식을 말합니다.
Я вести́ внима́л, что пове́дала, Как ви́тязи кли́кали клич: На бой, в поеди́нке срази́ться вызыва́ли друг дру́га они́ – То Хи́льдебранд с Ха́дубрандом Меж войск повстреча́лись свои́х. (Т. 술리노이(Т. Сулиной)의 번역본) |
위의 시를 보면 대체적으로 모든 시행에서 3개의 강세를 가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외 비강세 모음은 그 수가 다양하죠. 이런 형식을 통해 위 시는 '강세시(тонический стих)'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3. 음절강세시짓기 그리고 이와 관련된 용어
음절강세시짓기는 시의 모든 시행에 대해 강세 음절과 비강세 음절이 번갈아 나타나는 시짓기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음절시+강세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죠. 그렇기에 이 '음절강세시'는 앞서 소개한 2개의 시짓기 방식보다 더 다양한 종류로 분류됩니다. 그 분류체계를 알기 전에 우선 관련된 용어를 정리해봤습니다.
음보 (стопа) |
* 한 시행에서 몇몇 비강세 음절과 1개의 강세 음절의 연속 혹은 연쇄 * 시의 구조적 최소 단위 * 고전시에서 보통 2~3개의 음절로 구성됨 |
운각 (размер) |
* 시에서 강음절과 약음절을 번갈아 쓰는 규칙 * 고전시에서 같거나 다른 몇몇 음보의 연속으로 정의됨 |
박자 및 리듬 (Метр и ритм) |
* 시의 운각이 항상 정확하게 끊겨 수행되는 것은 아님 *따라서 피리히(пиррихий, 강세 음절을 비강세 음절로 바꾸는 것), 스폰데이(спондей, 비강세 음절을 강세 음절로 바꾸는 것) 등의 방식으로 강세를 건너뛰기도 함 * 그 결과 발생하는 강세 음절과 비강세 음절의 연속성을 리듬( ритм)이라고 하며, 이 연속성을 구성하는 규칙에 따른 체계를 박자(метр)라고 함 |
2-3-1. 1음절 운각(односложный размер)
브라히콜론(Брахиколон)은 고대 그리스어로 '짧은(βραχύς) 팔다리(κῶλον)'란 뜻으로, 1음절 운각 시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행이 하나의 강세 음절로 구성된 시라고 볼 수 있죠. 이미 로마 시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을 정도로 역사 깊은 시작법으로, 20세기 초 실험적으로 다양한 시인들에 의해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Лоб — Мел. Бел Гроб. Спел Поп. Сноп Стрел — День Свят! Склеп Слеп. Тень — В ад! (블라디슬라프 호다세비치,1928) |
이러한 시작법으로 유명한 러시아 시인으로는 블라디슬라프 호다세비치(Владислав Ходасевич, 1886~1939), 니콜라이 아세예프(Николай Асеев, 1889~1963),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Владимир Маяковский, 1893~1930), 알렉산드르 베지멘스키(Александр Безыменский, 1898~1973) 등이 있습니다.
2-3-2. 2음절 운각(двусложные размеры)
2음절 운각 | 기호 | 어원 |
피리히(пиррихий) (=디브라히(дибрахий)) =단단격(약약격) |
˘ ˘ | 푸리케(πυρρίχη, 전쟁춤) |
2개의(δι) 짧은(βρᾰχῠ́ς) 음절 | ||
호레이(хорей) =장단격(강약격) |
¯ ˘ | 춤(χορός) |
얌브(ямб) =단장격(약강격) |
˘ ¯ | (어원 불명) |
스폰데이(спондей) =장장격(강강격) |
¯ ¯ | 스폰데(σπονδή, 신에게 바치는 술) |
고대 그리스의 '전쟁춤' 푸리케(πυρρίχη)의 리듬에서 유래한 피리히(пиррихий, pyrrhic)는 2음절 운각 중에서 짦은 음절의 뒤에 짧은 음절이 오는 시형식으로 '단단격'이라고도 하며, 근세 서양에서 음세의 장단을 악센츠의 강약으로 치환한 경우도 있어, 약한 강세 뒤에 약한 강세가 오는 시형식으로 '약약격'이라고도 합니다.
When the blood creeps and the nerves prick And tingle; and the heart is sick, - <인 메모리엄(In Memoriam)> |
위 노래 가사에서 'When the', 'and the', 'le; and'처럼 약강세+약강세 형태로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약약격입니다.
'춤(dance)'란 뜻의 고대그리스어 χορός[코로스]에서 유래한 호레이(Хорей, trochee)는 2음절 운각 중에서 긴 음절의 뒤에 짧은 음절이 오는 시형식으로 '장단격'이라고도 하며, 근세 서양에서 음세의 장단을 악센트의 강약으로 치환한 경우도 있어, 강한 강세 뒤에 약한 강세가 오는 시형식으로 '강약격'이라고도 합니다.
Бу́ря мгло́ю не́бо кро́ет, Ви́хри сне́жные крутя́; То, как зве́рь, она́ заво́ет, То запла́чет, как дитя́… (알렉산드르 푸시킨, 1825) |
푸시킨이 쓴 시 <겨울밤(Зимний вечер)>에서도 대체적으로 2음절 단어(혹은 1음절 단어 2개)가 강약 강약 강약의 형태로 나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시는 '강약격'을 가진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강약격(장단격)으로 유명한 시인으로는 알렉산드로 푸시킨(1799~1837), 표도르 튜체프(Фёдор Тютчев, 1803~1873), 미하일 레르몬토프(1814~1841) 등이 있습니다.
어원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고대그리스어 ἴαμβος[얌보스]에서 유래한 얌브(Ямб, iamb)는 2음절 운각 중에서 짧은 음절의 뒤에 긴 음절이 오는 시형식으로 '단장격'이라고도 하며, 근세 서양에서 음세의 장단을 악센트의 강약으로 치환한 경우도 있어, 약한 강세 뒤에 강한 강세가 오는 시형식으로 '약강격'이라고도 합니다.
Мой дя́дя са́мых че́стных пра́вил (알렉산드로 푸시킨) |
알렉산드로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의 한 구절에서 약강격(단장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약강격으로 유명한 작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일리프와 페트로브(Ильф и Петров) 등이 있습니다.
고대그리스어로 '신에게 바치는 술, 신에게 지내는 제사'란 뜻의 스폰데(σπονδή)에서 유래한 스폰데이(спондей, spondee)는 2음절 운각 중에서 긴 음절의 뒤에 긴 음절이 오는 시형식으로 '장장격'이라고도 하며, 근세 서양에서 음세의 장단을 악센츠의 강약으로 치환한 경우도 있어, 강한 강세 뒤에 강한 강세가 오는 시형식으로 '강강격'이라고도 합니다.
Швед/, ру́с/ский/ — ко́/лет, ру́/бит, ре́/жет/. Бой/ ба/ра/ба́н/ный/, кли́/ки/, скре́/жет/, Гром/ пу́/шек/, то́/пот/, ржа́/нье/, стон/, И/ смер/ть, и/ ад/ со/ всех/ сто/ро́н. - <폴타바(알렉산드로 푸시킨)> |
알렉산드로 푸시킨의 시 <폴타바>에서 'Швед/, ру́с/', 'Гром/ пу́'와 같은 부분이 장장격입니다.
2-3-3. 3음절 운각(трёхсложные размеры)
3음절 운각 | 기호 | 어원 |
트리브라히(трибрахий) =단단단격(약약약격) |
˘ ˘ ˘ |
3개의(τρί) 짧은(βρᾰχῠ́ς) 음절 |
닥틸(дактиль) =장단단격(강약약격) |
¯ ˘ ˘ | 손가락(δᾰ́κτῠλος, dactyl(o-)) (손가락 마디의 길고, 짧고, 짧은 모습을 본뜬 음절) |
암피브라히(амфибрахий) =단장단격(약강약격) |
˘ ¯ ˘ | 양쪽으로(ἀμφί) 짧은(βρᾰχῠ́ς, brief) 음절 |
아나페스트(анапест) =단단장격(약약강격) |
˘ ˘ ¯ | 반격하는(ᾰ̓νᾰ́παιστος) (=닥틸(дактиль)의 반대의) (*ανα- : 다시-, 위로-, παίω : 치다) |
바키(бакхий) =단장장격(약강강격) |
˘ ¯ ¯ | 바쿠스(Bacchus, 술의 신) 바카날리아(bacchanalia, 바쿠스를 모시는 축제) |
안티바키(антибакхий) =장장단격(강강약격) |
¯ ¯ ˘ | 반바키적(antibacchius) |
암피마크르(амфимакр) (= 크레틱(кретик)) =장단장격(강약강격) |
¯ ˘ ¯ |
양쪽으로(ἀμφί) 긴(μακρος) |
크레타인(creticus) | ||
몰로스(молосс) = 장장장격(강강강격) |
¯ ¯ ¯ | 몰로소스인(μολοσσός) |
3음절 운각은 총 8종류가 존재합니다. 그 중 러시아 시학에서는 '강약약격, 약강약격, 약약강격'의 3개가 주로 쓰이는데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 3개만 중점적으로 다루겠습니다.
Ту́/чки/ не/бе́с/ны/е/, ве́ч/ны/е/ стра́н/ни/ки/ - <먹구름들(미하일 레르몬토프)> |
고대그리스어로 '손가락'을 뜻하는 δᾰ́κτῠλος[닥틸로스]에서 유래한 닥틸(дактиль)은 손가락의 마디가 길고, 짧고, 짧은 모습을 본따, 3음절 운각 중에서 긴 음절 뒤에 짧은 음절이 2번 연속해서 오는 시형식을 말하며 따라서 '장단단격'이라고도 하며, 근세 서양에서 음세의 장단을 악센트의 강약으로 치환한 경우도 있어, 강한 강세 뒤에 약한 강세가 두 번 오는 시형식으로 '강약약격'이라고도 합니다.
Не/ ве́/тер/ бу/шу́/ет/ над/ бо́/ром/, - <서리, 붉은 코(니콜라이 네크라소프)> |
고대그리스어로 '양쪽으로(ἀμφί) 짧은(βρᾰχῠ́ς)'이란 뜻의 ἀμφίβρᾰχῠ́ς [암피브라히스]에서 유래한 암피브라히(амфибрахий)는 3음절 운각 중에서 2개의 짧은 음절 사이에 긴 음절이 오는 시형식으로 따라서 '단장단격'이라고도 하며, 근세 서양에서 음세의 장단을 악센트의 강약으로 치환한 경우도 있어, 2개의 약한 강세 사이에 강한 강세가 오는 시형식으로 '약강약격'이라고도 합니다.
Есть/ в на/пе́/вах/ тво/и́х/ со/кро/ве́н/ных/ - <뮤즈로(시풍으로)(알렉산드르 블록)> |
고대그리스어로 '다시(ᾰ̓νᾰ́) 치는(παιστος)'이란 뜻의 ᾰ̓νᾰ́παιστος [아나파이스토스]에서 유래한 아나페스트(анапест)는 ''으로 2개의 짧은 음절 뒤에 긴 음절이 오는 시형식으로 따라서 '단단장격'이라고도 하며, 근세 서양에서 음세의 장단을 악센트의 강약으로 치환한 경우도 있어, 2개의 약한 강세 뒤에 강한 강세가 오는 시형식으로 '약약강격'이라고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