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래 소개
<아름답고 먼(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은 시인 유리 세르게예비치 엔틴(Юрий Сергеевич Энтин, 1935~)의 시에 작곡가 예브게니 파블로비치 크릴라토프(Евгений Павлович Крылатов, 1934~2019)가 음악을 입힌 노래로, 1985년 영화 <미래로부터의 여자손님(미래에서 온 손님, Гостья из будущего)>의 OST로 쓰이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된 노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RYzImN_bDM)
1985년 3월, 봄방학 동안 소련 중앙텔레비전(ЦТ)에선 <미래로부터의 여자손님(미래에서 온 손님, Гостья из будущего)>라는 아동용 텔레비전 영화 시리즈를 방영합니다. 이 시리즈의 5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리 세르게예비치 엔틴의 시에 멜로디를 입히고 타티야나 이바노브나 다스콥스카야(Татьяна Ивановна Дасковская, 1946~)가 부른 노래 <아름답고 먼(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이 연주됩니다. 그렇게 이 노래는 당시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죠.
(https://www.youtube.com/watch?v=apZBqoczttQ)
다만, 작곡가 예브게니 크릴라토프는 만족하지 못했고, 삼인조 그룹 메리디안(Меридиан, 1975~2021)에게 이 노래를 다시 맡깁니다. 그렇게 1985년 9월 <노래-85(Песни-85)>에서 이 곡이 다시금 선보이게 되었고, 1985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고 기억되기 시작합니다.
2. 가사 번역
Слышу голос из прекрасного далеко, Голос утренний в серебряной росе. Слышу голос, и манящая дорога Кружит голову, как в детстве карусель. |
아름답고 먼 (미래)로부터 목소리가 들립니다. 은빛 이슬 속의 아침의 목소리가요. 목소리가 들리고, (내게) 손짓하는 길이 유년기에(의) 회전목마처럼 머리를 돌리네요. |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Я начинаю путь. |
아름답고 먼 (미래), 내게 잔혹하지 말기를, 내게 잔혹하지 말기를, 잔혹하게 굴지 말기를, 순수한 원천에서 아름답고 먼 (미래)로 아름답고 먼 (미래)로 난 여행을 시작합니다. |
Слышу голос из прекрасного далеко, Он зовет меня в чудесные края, Слышу голос, голос спрашивает строго: А сегодня что для завтра сделал я? |
아름답고 먼 (미래)로부터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동화같은 나라들로 날 불러요. 목소리가 들립니다. 엄하게 묻는 (그) 목소리가요. '오늘 내일을 위해 난 무엇을 다했나요?' |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Я начинаю путь. |
아름답고 먼 (미래), 내게 잔혹하지 말기를, 내게 잔혹하지 말기를, 잔혹하게 굴지 말기를, 순수한 원천에서 아름답고 먼 (미래)로 아름답고 먼 (미래)로 난 여행을 시작합니다. |
Я клянусь, что стану чище и добрее, И в беде не брошу друга никогда. Слышу голос — и спешу на зов скорее По дороге, на которой нет следа. |
난 더 깨끗하고 착하게 살기로 맹세했어요. 그리고 불행 속에서 결코 친구를 버리지 않을거에요. 목소리가 들리네요. 그리고 더 빨리 부름에 서두릅니다. 흔적이 없는 길을 따라서. |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ко мне жестоко, Жестоко не будь. От чистого истока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В прекрасное далеко Я начинаю путь. |
아름답고 먼 (미래), 내게 잔혹하지 말기를, 내게 잔혹하지 말기를, 잔혹하게 굴지 말기를, 순수한 원천에서 아름답고 먼 (미래)로 아름답고 먼 (미래)로 난 여행을 시작합니다. |
3.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영혼들(죽은 혼)>에서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 1809~1852)은 1842년에 발표한 시 <죽은 영혼들(죽은 혼, Мёртвые души)>에서 처음으로 ' 아름답고 먼(Прекра́сное далёко)'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Русь! Русь! вижу тебя, из моего чудного, прекрасного далека тебя вижу: бедно, разбросанно и неприютно в тебе;
루시(=러시아)! 루시! 널 보고 있어. 많이 놀랍고 아름답고 먼 곳에서. 널 보고 있지. 네겐 가난하고, 혼란하고, 쾌적하지 않은 것이 (보여).
- <죽은 혼><1권><11장>
이런 표현은 고골이 사람이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긴장이 풀어지면서 평온하고 한가한 생활 방식을 살게 되는 멋진 장소를 풍자적이고 역설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 장소는 바로 고골의 고향 '루시(Русь, 러시아)'가 아닌 이탈리아였죠. 고골이 이 <죽은 혼>을 쓸 땐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여러 해외 국가를 여행하던 때였습니다. 고골은 스스로 '이탈리아는 제2의 고향' 혹은 '영혼의 고향(родина души своей)'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탈리아를 사랑했습니다.
러시아 제국은 그에게 어린 시절과 유년 시절, 그리고 성인 시절을 보내던 진정한 고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러시아 제국 정부에 반발을 사서 해외로 쫓겨났죠. 그래설까요? 고골은 한 편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러시아의 마음이 있다'라고 했던 것처럼 원래 고향 러시아에 대한 매력과 반발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 원래의 고향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하는 이런 상황은 그에게 새로운 마음 둘 곳을 찾게 만들었고, 그렇게 낭만과 예술, 문학의 고향 이탈리아에서 <죽은 혼>을 쓰면서 ''아름답고 먼 이탈리아'에서 '가난하고 혼란스럽고 살기 안좋아 보이는 러시아'를 보고 있다'고 썼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고골의 분위기를 차용해서 1980년대 소련에서 이 노래가 미래에서 온 소녀를 주제로 한 드라마의 OST로 쓰인 것은 어찌보면, '잔혹하지 않고 아름답고 먼 미래의 러시아'에서 온 화자의 입장에서 당시의 소련이 앞으로도 '잔혹하지 않고 아름답고 멀리 오래가길'바라는 마음에서 쓰인 것이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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